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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좋은 항암제도 암세포에서 정확히 터져야 치료 효과가 크다. 부작용도 줄일 수 있다. 국내 상장 바이오벤처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가 보유한 ‘ADC(항체·약물 접합체) 플랫폼’은 약물을 원하는 곳에 데려가는 ‘유도탄’ 역할을 한다. 암세포에 특이적으로 달라붙는 항체에 약물을 다는 방식을 통해서다. 레고켐바이오는 이 플랫폼 기술을 앞세워 작년 다섯 건의 기술이전 성과를 냈다. 조(兆) 단위 계약이 두 건이나 있다. 이런데도 변신에 나섰다. 유도탄에 장착할 폭탄(약물)까지 직접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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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표는 “뛰어난 링커와 약물개발 역량 없이 항체와 약물을 기술적으로 붙이는 것(conjugation) 자체는 회사의 강점이 될 수 없다”며 “플랫폼 사업 중심에서 독자 신약 개발도 함께 하는 회사로 변신하겠다”고 했다.
레고켐바이오는 이를 위해 유도탄 역할을 하는 항체부터 다양하게 확보할 계획이다. 지금까지는 에이비엘바이오, 와이바이오로직스 같은 항체 전문 바이오벤처와 공동 연구를 하며 항체를 제공받아왔다. 레고켐바이오는 이미 작년 5월 이탈리아 바이오업체 메디테라니아로부터 암세포 표면의 ‘Trop2’ 항원에 결합하는 항체를 들여왔다. 레고켐바이오가 항체를 기술도입한 첫 사례였다.
레고켐바이오는 LCB84 외에 3개 독자 파이프라인이 새롭게 전임상에 들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김 대표는 “앞으로 매년 3~4개 신규 파이프라인이 전임상에 들어갈 것”이라고 했다.
김 대표는 “경쟁이 치열해 개발 속도를 빠르게 가져갈 필요가 있는 파이프라인은 기존의 기술이전 전략을 유지하되 신규 타깃에 대해서는 직접 개발을 시도할 계획”이라고 했다.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사업화 권한을 이전받은 영국 익수다테라퓨틱스도 올 3분기 LCB14에 대한 임상 1상을 시작할 예정이다. 김 대표는 “임상 1상을 익수다와 공동으로 수행할 계획”이라며 “과거에는 ADC 플랫폼 기술이전에 그쳤지만 이제는 ‘운전석’에 앉아 신약 개발을 위한 임상을 수행하겠다”고 했다. 그는 “비용이 발생하더라도 임상을 함께 진행하겠다”고 덧붙였다. 독자 파이프라인 구축을 위한 ‘수업료’로 생각하겠다는 게 김 대표 얘기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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