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KT가 신한은행과 4375억원 규모 지분 협력을 겸한 미래사업 공동 계획을 발표했다. 양사는 상대방 주식 4375억원어치를 각각 인수해 미래 사업 23개를 함께 벌이기로 했다. 사업 계획엔 메타버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플랫폼 등 요즘 '핫'하다는 신사업 키워드가 두루 들어갔다.
하지만 이날 주식 시장 반응은 냉담했다. KT 주가는 전일대비 0.64% 낮은 3만1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지분협력 공시 직후에도 주가 변동폭은 0.3% 안팎을 오갔다. 신한지주 주식은 1.15% 하락한 3만8850원에 거래됐다.
전문가들은 이번 계획에선 구체적인 사업안이 나오지 까닭에 시장이 크게 반응하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각 사가 기존에 개별로 추진하던 디지털전환(DX), AI, 메타버스 사업에서 두드러지게 발전한 내용은 없다는 얘기다. KT의 상권분석 서비스를 기반으로 한 차세대 신용평가모델 등 양사 협업안 일부는 작년부터 이미 추진하던 내용이다.
김홍식 하나금융투자 연구위원은 “기존 협력안 대비 구체적인 사업 계획이 나오지 않았다”며 “이번 발표에 대해 시장이 각 사 펀더멘털엔 별 영향을 주진 않는다고 본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도 "오늘 발표는 주로 선언적인 내용이 많았다"며 "통신사와 금융기업이 딱 맞는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차별화된 계획을 찾아보긴 어려웠다"고 했다.
다만 KT 입장에선 증시 리스크 일부를 해소했다. 신한은행이 NTT도코모의 KT 주식 보유분을 전량 사들이면서 모기업 NTT에 완전자회사로 편입된 NTT도코모가 KT의 주식을 시장에 대거 풀어버릴 수 있다는 우려가 사라졌다.
KT의 지분 5.46% 소유주가 일본 기업인 NTT도코모에서 한국 기업인 신한은행으로 바뀌었다는 것도 중장기적으로는 주가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외국인 주식 보유 비율이 확 낮아지면서 외인 투자 여지가 높아졌다. KT는 전기통신사업법상 외인 지분 49% 제한을 적용받는다. 김 위원은 "이번 손바뀜에 따라 외국인 유동성 진입 여지가 높아지기 때문에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지수 편입 가능성도 그만큼 올라갔다"고 설명했다.
신한지주도 주식 수급 측면에서 이점을 갖게 됐다. 신한은행의 자금을 투입해 KT를 통해 간접적으로 신한지주의 주식을 매수하는 셈이 됐기 때문이다. 양사가 협력 관계를 유지하는 동안 신한지주는 유통 주식 수가 줄어든다. 신한 측이 이번 협력이 중장기적으로는 주가를 떠받치는 효과가 일부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나올 양사간 협업 내용이 관건인 것으로 보고 있다. 황성진 흥국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오늘 양사가 협업 발표를 했다고 해서 매출이 갑자기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라며 "두 거대 기업이 긴 호흡으로 산업 변화에 대응하기로 한 만큼 어떤 시너지 효과를 낼 지 구체적으로 지켜볼만 하다"고 말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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