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새해 소망! 신라젠 거래재개!” “신라젠 17만 소액주주! 거래재개 강력히 원한다!”
18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앞. 코스닥시장 기업 신라젠의 주주연합 100여 명은 이렇게 적힌 빨간 팻말을 들고 거래소 정문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신라젠의 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말 기준 소액주주 수는 17만4186명에 달한다. 이들이 갖고 있는 주식은 전체의 92.60%에 이른다. 2020년 5월 4일 이후 약 20개월간 주식 거래가 정지됐다. 하지만 이들의 기대는 다시 물거품이 됐다.
거래소 기업심사위원회(기심위)는 이날 신라젠 상장폐지 여부에 대한 심의·의결 결과 ‘상장폐지’를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이의신청, 코스닥시장위원회 개최 등을 통해 기심위의 판결을 뒤집기 전에는 거래 재개가 불가능하게 됐다.
신라젠은 문은상 전 대표 등 전·현직 경영진의 횡령·배임 혐의 발생으로 2020년 5월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 사유가 발생해 주식 거래가 정지됐다. 2020년 11월 기심위는 1년의 개선기간을 부여했다. 신라젠은 지난해 7월 엠투엔을 새로운 최대주주로 맞은 뒤 두 차례 유상증자로 1000억원의 자본을 조달했다. 주주들 사이에서는 상장유지 조건을 충족한 것 아니냐는 기대가 나왔다.
하지만 거래소의 판단은 달랐다. 거래소 관계자는 “신라젠이 작년 12월 기심위에 개선계획 이행내역서를 제출했는데, 이번 기심위에서 확인한 결과 영업 관련 개선 계획이 이행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최대주주가 바뀌고 1000억원의 자본을 조달했으나 신약 파이프라인(개발 제품군)이 줄어들어 기업 가치가 유지될지 불투명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거래 재개 시 또 다른 피해를 우려한 결정이다.
하지만 이번 결정으로 신라젠이 곧장 상장폐지 절차를 밟는 것은 아니다.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는 3심제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기심위는 1심 격에 해당한다. 공은 20일(영업일 기준) 안에 열릴 코스닥시장위원회로 넘어간다. 2심에 해당하는 코스닥시장위원회에서 상장폐지나 개선기간 부여(최대 1년)를 결정할 수 있다. 이론적으로는 여기에서 상장 유지라는 결정이 나올 수도 있다. 또 상장폐지 결정이 나더라도 기회는 남아 있다. 회사가 이의신청하면 코스닥시장위원회(3심)에서 한 차례 더 심사를 받을 수 있다.
회사 측은 이번 거래소의 심사 결과에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신라젠 측은 “현재 정상적으로 주요 임상을 진행하고 있으며, 연구개발 등 경영활동도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이의 신청을 하고 코스닥시장위원회에서 바로 소명하겠다”고 밝혔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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