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달 사이에 유명한 유성우가 두 건(쌍둥이자리 유성우와 사분의자리 유성우)이나 있었지만 날씨 때문에 큰 감동을 받지 못했다. 혹시나 하는 기대로 사분의자리 유성우의 극대기가 지난 다음 날 유성우 관측을 해 봤지만 6시간 동안 유성이 하나도 안 떨어졌고, 그 이틀 후에도 하나도 못 봤다. 이것도 참 의외의 결과다. 한두 개쯤은 떨어질 줄 알았지만, 전혀 없었다. 그 대신 밤새 날씨가 좋아서 하루의 절반인 12시간 동안 노출한 일주운동 사진을 얻었다. 이렇게 긴 일주운동 사진은 처음이다. 밤새 맑은 날도 만나기 어렵고, 카메라 배터리는 4시간 정도 사용할 수 있어서 긴 일주운동 관측을 하려면 반드시 보조 전원 장치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12시간 동안 실수로 카메라를 한 번 툭 쳐 버리면 그걸로 끝이다.
25초에 한 장씩 찍도록 설정해 놨더니 밤새 1600장 넘게 찍혔다. 이를 모두 모으면 한 장의 일주운동 사진이 된다. 그 과정에 12시간 동안 지나간 비행기와 인공위성의 궤적을 모두 지우느라 찍는 시간보다 더 많은 시간을 소모했다. 한 장의 멋진 사진을 얻기 위해선 얼마나 많은 노력이 필요한지 알았다. 북쪽 하늘의 일주운동 사진을 보면 동심원 한가운데서 밝게 회전하는 별이 북극성이다. 생각보다 북극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 보현산천문대 1.8m 망원경의 관측 모습을 12시간 동안 완전하게 지켜본 밤이었다.
사진을 처음 배우던 시절, 좋은 피사체를 찾고, 초점을 맞춰 적합한 노출로 찍고 현상·인화하는 기본적인 과정을 잘 알기에 사진 기술은 모두 익힌 줄 알았다. 그런데 천문학을 하면서 필름에 맺힌 별의 농도를 측정하거나 크기를 측정해 천체의 밝기를 안다는 것을 배웠다. 천체 사진은 아주 어두운 빛을 다루기 때문에 초증감처리라는 특별한 기술이 필요하고, 멋진 컬러 천체 사진은 빨강, 초록, 파랑의 세 가지 필터로 찍은 각각의 흑백 사진을 암실에서 합성해 만든다는 것도 배웠다. 또한 필름에 맺힌 영상을 증폭해 외부은하 주변의 미세한 밝기의 구조를 찾아내기도 하고, 하얗게 포화해 아무것도 알 수 없어 보이는 부분도 언샵마스크라는 특별한 기법으로 세부 구조가 잘 드러나게 하기도 한다. 디지털 시대인 요즘은 이러한 기술이 모두 컴퓨터 안으로 들어왔다. 어렵게 배운 특별한 기술이 이제는 누구나 할 수 있는 평범한 기술이 됐다. 깜깜한 암실에서 종일 할 작업을 컴퓨터 앞에서 편안하게 할 수 있으니, 이 얼마나 좋은가!
사진은 좋은 결과를 보는 것만으로도 좋은 공부가 된다. 오래전의 10시간짜리 일주운동 사진이 지금의 12시간 일주운동 사진을 얻는 계기가 됐다. 밤이 긴 겨울철이 가기 전에 세계 최고의 밤하늘에서 얻은 별 궤적에 버금가는 일주운동 사진을 가까이에서 도전해 보는 건 어떨까?
전영범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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