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9일 “카카오페이 경영진의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 먹튀’를 철저히 조사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신규 상장기업 경영진의 스톡옵션 행사기간을 제한하는 방안도 거론했다. 가상자산은 당장 비과세 한도(250만원)를 올리기보다 법제화와 암호화폐공개(ICO) 허용 등을 통한 거래질서 확립에 방점을 찍었다.
이 후보는 이날 SNS에 ‘카카오페이 먹튀, 철저히 조사하고 예방하겠습니다’라는 글을 올려 “(스톡옵션) 매각 과정에서 내부정보 이용, 또 다른 시장교란행위 여부 등을 발본색원해야 한다”고 했다.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를 비롯한 경영진 8명은 상장 한 달여 만인 지난달 10일 스톡옵션으로 취득한 주식 878억원어치를 매도해 논란이 됐다. 류 대표는 당시 차기 카카오 최고경영자(CEO)로 내정된 상태였지만 이 여파로 차기 CEO직을 자진 사퇴했다.
이 후보는 카카오페이 경영진의 스톡옵션 처분에 대해 “경영진으로서 주주 보호보다 매각차익 극대화에만 골몰한 도덕적 해이라 비판받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제2의 카카오페이 먹튀 방지’를 위한 방안으로 신규 상장기업 경영진의 스톡옵션 행사기간 제한을 제시했다. 현재 신규 상장 시 주식을 인수한 기관투자가나 우리사주를 배정받은 직원들은 의무보유 확약 제도를 통해 일정 기간 지분 매각이 금지된다. 하지만 스톡옵션으로 받은 주식을 매각할 땐 이런 제한이 없다.
이 후보는 “자사주 매각 시 가격, 일자 등을 사전 공시하는 등 투명성을 높여 소액주주 피해를 예방해야 한다”고도 했다. 이용우 민주당 의원은 상장사 임직원 등 내부자 자사주 거래 사전신고제를 담은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조만간 발의할 예정이다.
이 후보는 이날 서울 역삼동 두나무 사옥에서 암호화폐거래소 대표와 전문가들을 만나 암호화폐 관련 공약도 발표했다. 가상자산 법제화를 통한 객관적 상장 기준 마련, 공시제도 투명화, 불공정거래 행위 감시, 투자자 보호 등을 약속했다. 2018년 이후 국내에서 금지된 ICO 허용도 검토하기로 했다. 중소벤처기업의 투자 유치를 돕기 위해 증권형 토큰 발행을 허용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다만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공약한 ‘가상자산 비과세 한도 5000만원으로 상향’에 대해선 “주식처럼 5000만원까지 해야 할지, 아니면 이에 준하는 기준으로 해야 할지는 조금 더 고민해보겠다”고 했다.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관계자는 “가상자산 과세는 (과세가 시작되는) 내년까지 시간적 여유가 있다”며 “그 전에 법제화를 통해 가상자산의 성격을 확정하고 비과세 한도 논의를 시작해도 늦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 후보는 동작구 경로당을 방문해선 “60세 이후부터 공적연금이 지급되기 전까지 연간 120만원의 장년 수당을 임기 내 도입하겠다”고 공약했다. 현재 국민연금은 출생연도별로 61~65세, 기초연금은 65세부터 지급된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