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발·테이프 결박 '부동산분양 합숙소'…그날 아침 무슨 일이

입력 2022-01-20 09:39   수정 2022-01-20 09:52


서울 강서구 화곡동 한 빌라에 위치한 '부동산 분양 합숙소'에서 20대 남성을 감금한 4명이 검찰에 넘겨졌다. 감금 당한 피해자는 지난 9일 빌라 7층에서 떨어져 중태에 빠졌다.

20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강서경찰서는 분양팀장 박모씨(28)를 비롯해 유모씨(30), 오모씨(20), 서모씨(16)를 특수중감금치상 혐의로 서울 남부지검에 구속 송치했다. 경찰은 함께 합숙 중이던 나머지 3명 동거인에 대해서도 같은날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박씨 등 4명은 해당 빌라에서 합숙하던 피해자 김모씨(21)에게 가혹행위를 하며 끝내 투신하게 해 중상에 빠트린 혐의를 받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김씨를 삭발시키고, 목검과 주먹, 발로 폭행했다. 테이프로 결박해 감금하거나 외부 베란다에 세워두고 호스로 찬물을 뿌리기도 했다.

경찰은 지난 15일 해당 빌라를 압수수색해 가혹행위에 사용된 목검, 애완견 전동 이발기, 테이프 포장지, 고무호스 등을 확보했다.

피해자 김씨는 지난해 9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가출자에게 숙식을 제공한다'는 구인글을 보고 이곳을 찾아갔다. 직원들은 전단지나 전화로 오피스텔 등 부동산 상품을 홍보했다. 김씨는 2주 후 일이 힘들어 이곳에서 도주했다.

그러나 김씨가 도주한 후 3개월쯤 지난 이달 4일 이 업체 직원들은 중랑구 면목동의 한 모텔 앞에서 그를 붙잡았다. 김씨를 강서구 빌라로 데려온 이들은 김씨의 머리를 밀고, 베란다에서 호스로 찬물을 뿌리는 등 가혹행위를 일삼았다.

지난 7일 코로나 백신을 맞던 중 자신을 감시하던 일행이 졸자 김씨는 또다시 도주했다. 그러나 이틀 후 수원역 대합실에서 붙잡혀 강서구로 끌려왔다. 업체 직원들은 김씨를 목검과 주먹, 발로 폭행했으며 움직이지 못하도록 테이프로 결박했다. 찬물 가혹행위도 계속됐다.

김씨는 지난 9일 오전 10시 18분 경 도주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베란다를 넘어 외부지붕으로 나서다 건물 밑으로 추락했다. 김씨의 상태는 호전돼 최근 일반병실로 이동했다.

경찰은 "피해자가 피의자들에 대해 진술하려 하면 두려움을 나타내는 등 트라우마 증상을 보였으나 점차 가벼운 피해 진술이 가능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최예린 기자 rambut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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