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2위 제과기업 오리온과 롯데제과가 러시아 시장에서 인기를 누리는 '초코파이' 화력 보강에 나섰다. 양사는 추운 날씨로 차(티타임) 문화가 발달한 러시아 수요에 발맞춰 올해 초코파이 생산시설 확충에 나섰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제과는 최근 러시아 현지 법인에 약 340억원을 투자해 초코파이 생산 라인 및 창고 건물을 증축했다.
롯데제과는 러시아 칼루가주 오브닌스크시에 2010년 초코파이 공장을 준공해 현지에서 초코파이 4종을 생산 및 판매하고 있다. 초코파이는 러시아에서 지난해 약 500억원의 매출을 거뒀다. 지난해 초코파이를 판매하는 롯데제과의 8개 해외법인 중 인도에 이어 두 번째다.
롯데제과는 올해 신규 광고캠페인을 전개하면서 공격적인 마케팅 활동에 나서는 한편 프리미엄 파이 '몽쉘'로 공세를 펼친다. 러시아 소비자의 입맛에 맞게 몽쉘을 현지에서 생산해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생산하던 몽쉘의 첫 해외 생산이기도 하다.
롯데제과 관계자는 "롯데제과는 점차 고급화되고 있는 러시아 소비자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 마시멜로 대신 생크림을 사용한 몽쉘을 현지화, 새로 선보인다는 계획"이라며 "올해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러시아 시장에서 20% 이상 성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는 초코파이 원조 격인 오리온도 활약하고 있는 시장이다. 2006년 진출한 오리온은 올해 러시아 트베리주 크립쪼바에 세 번째 신공장을 건설 중이다. 2006년 세운 트베리공장 등 현재 가동 중인 2개 공장이 포화 상태에 이를 정도로 현지 수요가 폭증하고 있다는 게 오리온의 설명. 신공장을 통해 초코파이 공급량을 연간 10억개 이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오리온은 지난해 러시아 진출 후 처음으로 연매출 1000억원을 돌파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지난해(1~11월 누계 기준) 러시아법인 매출이 전년(2020년) 같은 기간보다 29.6% 증가한 1050억원을 기록했을 정도다.
오리온은 2019년 이후 러시아 매출이 매해 두 자릿수 뛰어 지난해 상반기 누적 1조원을 돌파한 바 있다. 지난해 국내에선 제품 가격을 동결했지만 러시아 법인에서는 파이, 비스킷 등 전 품목 가격을 평균 7% 올리면서 인상 효과도 누렸다. 오리온의 해외 법인 중 중국과 베트남 다음으로 큰 시장이다.
오리온은 러시아에서 오리온 법인 중 가장 많은 12종의 초코파이를 생산·판매하고 있다. 차와 케이크를 함께 즐기는 러시아 식문화에 어울리도록 잼을 활용한 다양한 초코파이를 선보인 것.
현지 소비자들에게 친숙한 ‘체리’, ‘라즈베리’, ‘블랙커런트’, ‘망고’ 초코파이 등 ‘잼’을 활용한 차별화된 제품을 다양하게 내놨다. 오리온 관계자는 "출시 초기부터 선풍적인 인기를 끈 초코파이가 '국민 파이'로 자리잡았다"며 "러시아뿐 아니라 중앙아시아와 유럽 시장까지 공략해 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이같은 양사의 '초코파이 전쟁'은 해외에서도 치열하다. 대표적으로 인도의 경우 롯데제과가 먼저 진출해 입지를 굳혔다. 인도 첸나이와 하리아나 지역에 2개의 초코파이 공장을 가동해 연간 약 400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시장 점유율이 90%를 넘어섰다. 롯데 초코파이의 해외 판매고가 2020년 1130억원을 거둔 점을 고려하면 절반 가량이 인도에서 발생한 셈.
롯데제과 관계자는 "현지에서 초코파이는 12개들이에 150루피(약 2400원)로,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이지만 특별한날 선물용이나 제사 음식 등으로 널리 쓰인다"고 소개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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