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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화장품 회사 에스티로더의 회장 로널드 로더는 걸작을 미국식 감탄사에 비유해 설명한 적이 있다. “저는 미술을 사랑합니다. 미술 작품을 보고 난 뒤의 반응은 세 단계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일단 ‘오!’, 다음으로 ‘오 마이!(어머나)’, 마지막으로 ‘오 마이 갓(으악)!’이 있습니다. ‘오 마이 갓!’ 반응을 불러오는 작품을 사야 합니다. 그 작품의 가치는 하늘로 치솟기 때문이죠.”
노르웨이 국민 화가 에드바르 뭉크(Edvard Munch·1863~1944)의 대표작 ‘절규’는 로더가 말한 “오 마이 갓!”에 해당한다. 절규는 세계 각 나라 미술 교과서, 영화, 대중문화, 출판물, 패러디, 각종 복제품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걸작이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미술품 경매회사 소더비는 르네상스 천재 화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걸작 ‘모나리자’와 뭉크의 ‘절규’를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그림으로 꼽았다.
절규는 왜 불멸의 명작으로 평가받을까. 인간이 살아가면서 겪는 두렵거나 불길한 감정, 느낄 순 있지만 눈으로는 볼 수 없는 공포와 불안, 절망감을 회화로 구현했기 때문이다. 뭉크는 삶의 불안과 두려움을 그림에 최초로 표현한 화가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그런 뭉크의 명성을 입증하듯 절규의 분위기는 한눈에 봐도 불안하고 절망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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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에서도 가장 강렬한 이미지는 남자의 겁에 질린 눈과 크게 벌어진 입이다. 뭉크 이전에 어떤 화가도 인간의 내면에 깃든 두려움과 공포를 이토록 생생하게 그림에 표현한 적이 없었다. 그런 만큼 이 그림은 전시회에 발표된 순간부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당시 한 신문이 ‘뭉크의 그림은 너무 위험하다. 불길한 기운에 전염될지 모르니 조심해야 한다’는 경고성 글을 실었다는 일화도 전해진다.
뭉크는 오슬로의 에케베르그 언덕에서 자신이 실제로 경험한 강한 불안감을 이 작품에 표현했다고 일기에 적었다. ‘나는 두 친구와 함께 길을 걷고 있었다. 해가 지고 있었고 약간 우울한 기분이 들었다. 그때 갑자기 하늘이 핏빛으로 변했다. 나는 심한 피로감에 멈춰 서서 난간에 몸을 기댔다. 불타는 듯한 구름이 짙푸른 피오르와 도시 위로 피 묻은 칼처럼 드리워져 있었다. 친구들은 계속 걸어갔지만 나는 불안으로 몸을 떨며 서 있었다. 자연을 꿰뚫는 거대하고 끝없는 절규가 들리는 듯했다.’
뭉크가 인간의 어두운 감정을 작품에 담은 사연이 있다. 그가 다섯 살 때 어머니가 결핵에 걸려 사망했고, 열세 살 땐 가장 의지하고 따랐던 누이 소피에도 결핵으로 세상을 떠났다. 이후 아버지와 동생 안드레아스가 연달아 죽음을 맞았고, 여동생 라우라는 정신병을 앓다가 저세상으로 갔다. 어릴 적부터 가족의 죽음을 경험한 뭉크는 평생 불행한 기억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자신도 일찍 죽을지 모른다는 불안과 두려움에 시달렸다. 그는 죽음과 질병에 대한 공포심에 사로잡혀 환각, 불안장애, 피해망상, 신경과민증 같은 정신병을 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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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옥 사비나미술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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