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폭력 사건 피해자가 피해 사실과 2차 가해, 상처를 극복한 과정을 담은 책 '나는 피해호소인이 아닙니다'를 출간했다.
피해자는 김잔디(가명)라는 이름으로 책을 펴냈고, 이는 '성폭력특례법상 성범죄 피해자는 절차에 따라 사명을 사용할 수 있다'는 규정에 따라 임의로 선택한 이름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책에는 박 전 시장의 위력 성폭력 사건의 피해 내용과 고소에 이르게 된 과정 및 박 전 시장의 죽음 이후 자행된 2차 가해의 실상, 그로 인한 상처를 극복한 과정 등 생존의 기록이 담겨 있다.
이 책에 따름ㄴ 김씨는 2015년 지원하지도 않은 시장 비서직 면접을 보고 4년 넘게 박 전 시장 비서로 일했다. 그는 2017년 상반기부터 박 전 시장이 사적으로 부적절한 연락을 해왔다면서 집무실에서 발생한 성추행 등 수년동안 계속된 성폭력 실태를 책에 담았다.
김씨는 책을 통해 박 전 시장이 "'나 혼자 있어' , '나 별거해', '셀카 사진 보내줘', '오늘 너무 이쁘더라', '오늘 안고 싶었어', '내일 손 잡아줘' 등 누가 봐도 끔찍하고 역겨운 문자를 수도 없이 보냈다"고 떠올렸다.
또 간식 준비, 낮잠 깨워주기, 손님 다과 준비, 시장 서한 발송, 박 전 시장 가족의 장보기, 박 전 시장이 장복하는 약을 대리처방으로 타오는 일 등이 부여된 업무였다고도 전했다.
그러면서 "사명감을 가졌던 고용노동부에서의 일을 제치고 온 자리가 누군가를 뒤치다꺼리해야 하는 자리라니. 나는 자괴감에 시달렷다. 이전 근무부서였던 사업소에서 일하며 느낀 뿌듯함에도 못 미쳤다"고 썼다.
저자는 특히, 2020년 7월10일 박 전 시장이 자신에게 사죄 없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에 대해 "절규했고 미친 사람과도 같았고 그냥 죽어버리고 싶었다"면서 두 차례나 정신건강의학과에 입원해 치료를 받았다고 토로했다.
이후 성폭력 피해를 인정받기는커녕 박 전 시장을 죽음으로 내몬 가해자로 지못돼 마녀사냥을 당했고, '피해호소인'이라는 별칭까지 생겨났다. 잔인했던 2차 가해를 이어가는 인사들을 보면서 "2차 가해에 굴복하지 않고 존엄을 지키려고 마음먹었다"는 소회도 밝혔다.
서울시청에 복귀해 근무 중인 김씨는 상처를 극복할 수 있었던 힘에 대해 "끔찍하고 고통스러운 일을 겪으면서 나에게 가장 잔인하게 상처 주는 사람도 나이고, 나를 가장 충만하게 사랑할 수 있는 사람도 나라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생각지도 못한 일이 내 인생에 일어났을 때 스스로를 탓하거나 비관하지 않고, 그 고난을 극복해나가는 과정을 응원하며 나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것. 그 마음이라면 이제 어떤 일이든 이겨낼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편, 책을 펴낸 출판사 천년의상상은 "이념적 지형에 따라 적대적으로 갈린 양대 정치 집단의 이해관계에 어떤 식으로는 (이 책이) 사용되거나 복무되는 것을 거부한다"고 밝혔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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