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1일 “가상자산 양도차익 비과세 기준을 5000만원까지 높이겠다”고 공약했다. 앞서 윤 후보가 내놓은 공약을 수용한 것이다.
전날에도 이 후보는 윤 후보가 내놓은 연말정산 공약을 반나절 만에 따라갔다. 민주당 내에서는 “이 후보가 그동안 강점이었던 민생경제 정책 주도권을 윤 후보에 내주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이 후보는 21일 자신의 SNS를 통해 51번째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공약으로 ‘가상자산 과세 합리화’를 내걸었다.
이 후보는 “지난해 11월 소확행 1호 공약으로 ‘가상자산 과세 1년 유예’를 약속하고 입법 성과를 낸 만큼, 이번엔 과세 합리화를 위한 세법의 조속한 논의와 확정을 통해 투자자들이 안심하고 투자할 환경을 조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후보는 지난 19일 윤 후보가 가상자산 과세 기준을 5000만원으로 상향하는 공약을 발표한 것에는 “수용하겠다”고 했다. 거기에 투자손실분에 5년간 이월공제가 가능하도록 하는 손실 이월공제 도입을 추가 공약했다.
윤후덕 민주당 선대위 정책본부장은 이런 내용이 담긴 소득세법 개정안을 지난 20일 대표 발의했다.
원래 이 후보는 19일 가상자산 4대 거래소 대표들과 간담회에서 가상자산 공약을 내놓았다. 하지만 당시엔 과세 관련 내용이 빠져있었다. 같은 날 윤 후보는 가상자산 양도차익에 5000만원까지 비과세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이 후보는 “주식처럼 5000만원까지 해야 할지, 아니면 이에 준하는 기준으로 해야 할지는 조금 더 고민해보겠다”고 했다. 그런데 불과 하루 만에 윤 후보 공약을 받아들이기로 입장을 바꾼 것이다.
윤 후보가 연말정산 공제 혜택 확대 공약을 내놓은 20일에도 비슷한 상황이 전개됐다. 윤 후보는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열어 근로소득세 인적공제에서 본인 기본공제액을 1인당 150만원에서 200만원으로 인상하겠다고 약속했다. 부양가족 연령 상향 등 요건완화, 신용카드·직불카드 사용액 공제 한도 상향 등도 제시했다.
그러자 이 후보는 같은 날 오후 SNS를 통해 연말정산 공제 확대와 간소화 등을 약속했다. 그는 “2022년 급여분부터 근로소득공제 금액을 상향하겠다”며 “자녀세액공제를 현행보다 두 배 이상 확대하고 인적공제 연령도 26세로 확대하겠다”고 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윤 후보가 앞서가자 초초해진 이 후보 측이 중도층 관련 공약을 바로 따라가면서 격차를 좁히는데 안간힘을 쓰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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