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들이 먹거리 모양의 ‘슬라임’(액체처럼 흐르거나 물렁물렁한 소재의 장난감) 제품을 삼키거나 흡입하는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달고나, 만두 등과 비슷한 겉모습을 한 제품을 실제 식품으로 착각해 취식하는 사례가 발생하는 것이다.
21일 완구업계에 따르면 ‘액체괴물’ ‘말랑이’ 등으로도 불리는 슬라임은 촉감이 부드럽고 모양이 쉽게 변해 유아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이날 서울 아현동 일대 문구점 10여 곳을 취재한 결과 한 곳당 적게는 5종류, 많게는 20종류 이상의 제품을 찾아볼 수 있었다.
문제는 겉모습이다. 문구점에서 판매 중인 슬라임 가운데 절반 이상이 먹거리와 비슷한 모양(사진)을 하고 있었다. 한 제품은 기존 음료 상품과 비슷한 플라스틱병에 슬라임을 담았다. 아이스크림, 콜라병 등을 본뜬 제품도 찾아볼 수 있었다. 이에 대해 초등학생 자녀를 키우고 있는 학부모 A씨는 “아이들이 호기심에 먹었다가 기도라도 막히면 어쩌나 싶다”며 걱정을 드러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만 7세 이상 14세 미만 어린이가 이물질을 삼키거나 흡입한 사고는 2016년 1293건에서 2020년 2011건으로 매년 꾸준히 증가했다. 슬라임 장난감과 관련한 위해 정보 접수 건수는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총 124건이다. 올해도 이런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게 한국소비자원의 설명이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어린아이가 슬라임을 삼켜 병원 진료를 받은 사례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안혜령 동아대 아동학과 교수는 “초등학교 1~3학년 아이들은 호기심을 해소하기 위해 직접 행동에 나설 수 있는 연령대인 만큼 슬라임 섭취 가능성이 높다”며 “요즘엔 코로나19로 인한 돌봄 공백 탓에 옆에서 주의를 줄 사람이 없어 더욱 문제”라고 말했다.
현행법상 식품으로 착각할 수 있는 모양으로 만들어진 장난감의 제조·유통을 규제할 안전기준은 존재하지 않는 다. 2019년 7월 기준치를 초과하는 유해성분이 포함된 슬라임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면서 한국소비자원이 제조사에 판매 중지 및 폐기를 권고한 적이 있다. 당시 한국소비자원은 안전 대책의 하나로 식품과 비슷한 장난감 판매를 금지하는 방향으로 어린이 제품 안전 특별법 보완을 요구했지만 아직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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