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박완서의 《도둑 맞은 가난》 속 주인공이 ‘가난함’마저 유희의 대상이 돼버린 현실을 개탄하며 하는 대사다. 굴곡진 인간상과 현대 사회에 대한 박완서 특유의 날카로운 묘사는 오늘날에도 깊은 통찰을 주고 있다.
박완서는 1931년 경기 개풍군에서 태어났다. 1950년 서울대 국어국문학과에 입학했으나 한 달도 안 돼 6·25전쟁이 발발하면서 제때 졸업도 하지 못하고, 오빠와 숙부가 목숨을 잃는 아픔을 겪었다. 결혼해 평범한 주부로 살다가 전쟁 당시의 경험을 소설화한 《나목》으로 1970년 등단하면서 소설가의 길을 걸었다. 박완서는 한국 사회를 다양한 시선에서 바라보며 숱한 작품을 남겼다. 중산층의 삶을 다룬 《도시의 흉년》, 독립투사와 친일파의 자손 문제를 다룬 《오만과 몽상》 등이 대표작으로 꼽힌다. 담낭암 투병 생활 중에도 작품 활동을 이어가던 그는 2011년 1월 22일 80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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