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M이 장기간 매각설에 시달리던 의료 인공지능(AI) 사업부를 사모펀드에 매각한다. 클라우드를 중심으로 한 수익성 강화 전략이 표면적 목표다. 다만 AI 플랫폼 '왓슨'을 기반으로 한 IBM의 헬스케어 솔루션들이 사업적 한계를 보였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적자가 드물지 않은 의료 AI 업계에 미칠 파장도 주목된다.
IBM, 4조원 쏟고도 '후퇴'
23일 월스트리스저널(WSJ),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IBM은 현지시간 21일 자사 ‘왓슨 헬스’를 미국계 사모펀드 프란시스코파트너스에 매각하기로 합의했다. 정확한 매각가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광범위한 데이터셋과 이미지 소프트웨어(SW) 제품 등을 포함해 10억달러(약 1조2000억원) 이상의 자산이 이전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결정엔 클라우드 사업 확장에 집중하고자 하는 아빈드 크리슈나 IBM CEO의 의중이 주요히 반영된 것으로 전해진다. 거래는 올해 하반기 마무리될 예정이다.왓슨 헬스는 지난 2015년 출범했다.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암 치료나 심장질환 등을 진단하는 시스템을 안착시키는 것이 목표였다. 이후 IBM은 의료영상업체 머지헬스케어, 헬스케어 데이터 분석업체 트루벤헬스애널리틱스 등을 연달아 인수하며 왓슨 헬스의 몸집을 키웠다. 투입된 자금만 40억달러(약 4조8000억원)이 넘는다. 대표적 제품으로는 AI를 기반으로 질병을 진단하는 ‘왓슨 포 온콜로지’ 등이 있다.
IBM은 사업부 매각을 두고 헬스케어나 AI 사업을 전면 철수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톰 로사밀리아 IBM 수석부사장은 “IBM이 플랫폼 기반 하이브리드 클라우드와 AI 전략에 집중하기 위한 결정”이라며 “광범위 AI 사업인 왓슨과 의료 정보기술(IT) 분야에 여전히 전념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전담 사업부 매각으로 당분간은 사업 위축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의료는 IBM이 자체 개발한 AI 플랫폼 ‘왓슨’이 활발히 이용되던 분야 중 하나였던 탓이다.
들쭉날쭉 진단, 신뢰 잃었다
왓슨 헬스는 앞서부터 매각 고려 대상에 올랐다. 지난해 초 IBM은 모건스탠리를 매각주관사로 삼아 매각을 추진했으나 무산된 사례가 있다. IBM은 지난해 말 뱅크오브아메리카(BoA)를 통해 정부 관련 서비스를 제외한 나머지 헬스케어 사업을 다시 매각하려 했다. IBM 측은 클라우드 중심의 포트폴리오 조정을 이유로 내세우지만, AI와 빅데이터 기반 왓슨 헬스 솔루션들의 성과가 만족스럽지 않았던 점은 결정적 사유였다는 평가다.IBM의 왓슨 포 온콜로지 등 의료 AI 솔루션들은 첫 등장까지만 하더라도 혁신 사례로 주목받았다. 국내서도 가천대 길병원, 부산대병원, 계명대 동산병원 등 다수 대학병원이 관련 시스템을 도입했다. 다만 떨어지는 진단 정확도가 약점이었다. 국내 대학병원들이 내놓은 의료진과 왓슨의 의견 일치율은 50% 전후에 불과했다. 결국 재계약 포기 사례가 속출했다. 해외서도 이렇다 할 수익은 내지 못했다. 나라·암종마다 진단 정확도가 60%p 이상씩 차이를 보이기도 했다. 결국 최근 IBM 경영진들이 클라우드 사업에 더욱 자금을 쏟기로 결정하면서 다시금 매각 수순에 올랐다.
의료 AI는 국내서도 장기간 적자에 노출돼온 분야다. JLK, 뷰노, 딥노이드 등 대표적 상장사들이 영업손실을 내고 있다. 2020년 연결기준 각각 70억원, 97억원, 5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시장에서는 의료 AI의 수가가 인정되고 해외 매출이 안착하지 못한다면 당분간 손실이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이시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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