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서비스는 공짜 아냐"…이재명·윤석열 캠프에 '호소'

입력 2022-01-23 18:05   수정 2022-01-24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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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서비스는 공짜라는 인식, 금융산업은 다른 산업을 지원하기 위한 도구와 수단이라는 사회적 통념을 없애 달라.”

국내 시중은행들이 이런 ‘쓴소리’를 담은 문건을 각 대선 캠프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비용을 민간 은행에 부담시키고, 정부가 민간 금융회사의 가격(서비스 비용)에 개입하는 행태를 새 정부에서 중단해달라는 것이다. 하지만 여야 대선 캠프의 금융산업 발전 공약은 거의 없고, 오히려 은행산업의 자율성과 건전성을 해칠 수 있는 포퓰리즘 제도 도입이 예고되는 게 현실이다.

23일 정치권과 금융계에 따르면 은행연합회는 최근 여야 대선 주자 캠프에 ‘금융산업 혁신과 국민 자산증식 기회 확대를 위한 은행권 제언’이라는 건의사항을 전달했다. 제언에 따르면 은행연합회는 △데이터 기반 미래형 금융 실현 방안 △고령화에 따른 중·장년층 자산관리 수요 증대 및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투자 열풍에 부응하는 자산증식 기회 창출 △지방금융 활성화 △혁신과 자율·책임에 기반한 경영환경 조성 등 금융산업 발전을 위한 네 가지 목표와 방안을 제시했다.

은행들은 “데이터 금융 활성화와 소비자 권리 확대를 위해 은행의 비금융 서비스에 대한 규제를 풀고, 인터넷전문은행도 폭넓게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산관리 서비스 강화를 위한 방식으로는 자본시장법상 수탁할 수 있는 재산을 허용된 것만 가능한 포지티브 방식의 ‘열거주의’에서 법으로 금지하지 않은 이상 허용하는 ‘포괄주의’로 전환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았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일임형 자산관리 서비스를 은행에 허용해 달라”고도 주장했다.

은행들은 또 “지역 기반 금융회사는 해당 지역 주민과 산업체에 자금을 공급하고 있으나 디지털 시대를 맞아 존폐 위기에 있다”며 “특별법을 제정해 지방은행에 지방자치단체 금고 지정과 지역이전 공공기관 거래 은행 등에 우선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담아야 한다”고 했다.

특히 주목되는 건 ‘자율적인 경영환경 조성’에 대한 내용이다. 정치권, 금융당국에 대한 은행들의 오랜 불만이 담겼다는 점에서다. 은행들은 코로나19 상황에서 각종 금융 지원을 하고 있음에도 정책사업에 ‘동원’되는 사례가 잦다고 지적했다. 협회는 “은행은 서비스 수수료를 원가에 근거해 현실화할 수도 없고, 배당도 간섭받아 주주환원 정책을 펼치기 어렵다”며 “은행들이 금융감독원에 내는 감독분담금이 일종의 수수료임에도 정작 당국의 금융사고 예방을 위한 ‘서비스’는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은행연합회는 최근까지 각 대선 캠프로부터 제언에 관한 피드백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은행의 고위 임원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캠프의 기본대출, 기본예금 공약을 뜯어보면 결국 은행 자금을 갹출해 청년에게 혜택을 주겠다는 내용”이라며 “부작용에 대한 가늠이 없고, 금융이 정책 도구라는 인식도 이전 정부와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윤석열 캠프는 지난 19일 ‘예대금리차 공시 확대’에 대한 공약을 내놨다. 캠프는 “예대금리차를 투명하게 공시하는 환경을 만들겠다”며 “금융행정을 은행 중심에서 소비자 중심으로 전환해 금리 산정의 적절성을 확립할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한 은행의 임원은 “예금금리를 올리면 대출금리도 올라간다”며 “예대금리차를 ‘들여다보겠다’고 언급한 현 정부의 인식과 차이가 없는 것”이라고 했다.

빈난새/김대훈 기자 binthe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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