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250만 가구 공급’을 약속한 것도 현실성이 부족하긴 마찬가지다. 그렇더라도 ‘묻고 더블로’식 경쟁을 벌여서는 곤란하다. 이 후보는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에 대해 “부인할 수 없는 실패다.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서 사과한다”고 했다. 하지만 국민이 기대하는 대안이 ‘뻥튀기 공약’은 아닐 것이다. 이 후보도 무리수란 점을 부인하기 어려웠는지, “임기 내 공급은 당연히 쉽지 않다”고 한발 빼고, “정부 계획이 주택시장 안정화에 도움 될 것”이라고만 했다. 이러면 ‘아니면 말고’식 자가당착이 아닌가. ‘임기 내’라고 명확히 한 윤 후보에 비하면 이 후보는 ‘퇴로’부터 만든 셈이다.
내용을 봐도 김포공항 주변(8만 가구)은 항공기 소음 문제, 용산공원 및 주변 미군 반환부지(10만 가구)는 난개발 우려로 사업 진척을 자신하기 어렵다. 이미 주민 반발로 태릉·과천 개발계획이 번복된 사례도 있었다. 이 후보는 “치열한 내부 논쟁과 검토가 있었다”고 했으나, 정작 눈에 띄는 건 ‘311만’이란 숫자뿐이다. 엄청난 과학적 작업을 한 것처럼 1만 단위까지 밝히는 홍보 노력만 돋보인다.
집값 안정을 위해 충분한 주택 공급을 강조하더라도 ‘숫자 부풀리기’는 경계해야 한다. 이 후보 공약 중 분양가 상한제 확대와 공공주도 개발에 강조점이 있는 것을 감안하면, ‘샤워실의 바보’처럼 뜨거운 물(공급대책)과 찬물(규제책)을 번갈아 틀어 시장 혼란을 더 가중시키지 않을까 걱정된다.
지난 5년간 부동산 실정(失政)으로 고통받은 국민에 대한 사죄는 시장 안정대책을 차분히 세우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양도세·보유세 폭탄 등 문제점을 바로잡고, 현 정부가 외면한 도심 속 양질의 주택 공급대책을 실속있게 마련해야 할 것이다. 집값이 급락할 경우 1800조원의 가계부채 문제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 유권자들이 납득할 만한 공약을 내놓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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