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집값이 주춤하자 분양시장도 영향을 받고 있다. 올해 서울에서 첫 분양하는 아파트로 관심을 모은 강북구의 '북서울자이 폴라리스' 1순위 청약 경쟁률이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통장도 1만여개를 모으는 데 그쳐 예상보다 부진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성북구 안암동 '해링턴플레이스 안암'의 평균 경쟁률이 192.5대 1, 강동구 강일동에서 분양한 'e편한세상 강일 어반브릿지'가 337.9대 1 등 '세 자릿수' 경쟁률을 기록한 것을 고려하면 적게는 5배에서 많게는 9배 이상 떨어진 것이다.
이어 △전용 59㎡B가 199.00대 1(1가구 모집에 199명 청약) △전용 59㎡C 166.00대 1(2가구 모집에 332명 청약) △전용 59㎡D 133.50대 1(2가구 모집에 267명 청약) △전용 51㎡A 104.75대 1(4가구 모집에 419명 청약) 등의 순이었다.
앞서 21일 진행된 특별공급 청약에서도 25가구 모집에 9178명(기관추천분 제외)이 도전해 367.12대 1의 평균 경쟁률을 기록했다. 전용 59㎡A 생애최초 2가구 모집에 4858명이 몰려 2429.00대 1로 가장 높은 경쟁률이 나왔다. 전용 51㎡A 생애최초도 1가구 모집에 831명이 도전, 831.00대 1의 경쟁률이 나왔다.
일부 지방에서 미분양이나 계약취소가 나오는 상황과 비교하면 높은 수준이지만, 지난해 수백대 1의 서울에서의 경쟁률을 나타냈던 성적표와 비교하면 급전직하했다. 서울에서의 공급은 희소한데나 집값이 상승하면서 청약경쟁률은 고공행진을 보여왔다.
지난해 12월 분양했던 성북구 안암동 '해링턴플레이스 안암' 1순위 청약 결과 55가구 모집에 1만589건의 신청이 들어오며 경쟁률 192.50대 1를 기록했다. 앞서 9월에 분양한 강동구 강일동 'e편한세상 강일 어반브릿지' 역시 389가구를 모집하는 1순위 청약에 13만1447명이 신청, 평균 337.90 대 1의 경쟁률을 냈다. '북서울자이 폴라리스'에서 나온 경쟁률은 '해링턴플레이스 안암' 경쟁률을 단순 비교하면 5.59배, 'e편한세상 강일 어반브릿지'에 비해서는 9.81배 차이가 난다.
그나마 분양가가 9억원 이상 임에도 중도금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점, 전용 85㎡ 초과 물량인 전용 112㎡형 62가구 가운데 절반이 추첨제로 나온 점, 강북구에 들어서는 첫 '자이' 브랜드라는 점 등이 그나마 청약 대기자들이 움직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집값이 주춤한 분위기도 한 몫 했다. 미아동 대장 아파트로 꼽히는 ‘삼성래미안트리베라2단지’ 전용 84㎡가 지난해 9월 11억3000만원, 전용 59㎡가 같은 달 8억8000만원에 거래됐다. 또 ‘꿈의숲롯데캐슬’ 전용 84㎡가 지난해 10월 11억7000만원에, 이 단지 전용 59㎡가 같은 해 7월 9억4000만원에 거래된 점은 고려하면 시세와 큰 차이가 없는 셈이다.
단지 주변으로 정비사업이 진행 중이거나 정비사업 계획이 없는 노후 주택으로 구성돼 정주 여건이 썩 좋은 편은 아니라는 점 등도 청약 경쟁률을 끌어내린 요인으로 지목된다.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는 "미아동임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분양가가 높게 책정돼 고분양가 논란이 있었다"며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돼 더 큰 시세차익이 기대됐다면 청약 경쟁률도 더 나왔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저 당첨 가점은 전용 84㎡ 기준 50점 중반까지, 전용 59㎡의 경우 60점대 후반을 기록할 것이라는 게 월용청약연구소의 전망이다. 최고 당첨 가점은 70점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서울 부동산 시장은 부진하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하는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집값은 이달 셋째 주(1월 17일) 기준 0.01% 상승해 전주보다 상승 폭을 더 줄였다. 서울 집값 상승률은 지난해 8월 넷째 주(23일) 0.22%로 주간으로는 최대 폭을 기록한 이후 21주 연속 하락했다.
'거래 절벽'도 지속하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서울 아파트 매매량은 이날까지 1053건으로 집계됐다.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가장 적었던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2008년 11월 1163건보다 110건 적다. 역대 최저치를 다시 쓸 가능성이 커졌다.
집값 급등에 따른 피로감 누적, 정부의 '돈줄 죄기' 등이 거래량에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오는 3월 대통령 선거도 부동산 시장 참여자들의 거래를 망설이게 하는 요인이다. 분양업계 관계자는 "기존 부동산 시장이 주춤해지면 분양시장도 타격을 받기 마련"이라며 "시장이 침체할수록 청약 경쟁률도 시들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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