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서울 아파트 매매량이 역대 최저치를 경신할 전망이다. 정부의 지속된 대출규제와 금리인상 등이 겹치면서 시장은 관망세로 돌아서다 못해 거래가 끊기고 있다. 거래량은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보다도 저조할 것으로 예상돼 '거래 빙하기'에 들어섰다는 분석이다.
24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서울 아파트 매매량은 이날까지 1053건으로 집계됐다.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가장 적었던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2008년 11월 1163건보다 110건 적은 수치로, 역대 최저치를 경신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서울 아파트 매매량은 지난해 9월부터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9월 2706건에서 10월 2194건, 11월 1354건으로 급감했고 12월 1053건에 그치며 1100건을 하회했다. 이는 전년도 12월 7546건에 비해 86.05% 감소한 수치다.
감소세가 지속되며 연간 매매량도 전년 8만1198건의 절반 수준인 4만2218건으로 쪼그라들었다. 2012년 4만1079건 이후 9년 만에 최저치다.
거래량 감소의 원인으로는 급등한 집값에 대한 피로감과 문재인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 여파가 꼽힌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서울 아파트 가구당 평균가격은 13억7974만원으로 2019년 5월(9억844만원) 이후 한 차례의 하락도 없이 상승을 거듭했다. 한국부동산원도 지난해 서울 아파트값이 평균 8.02% 오른 것으로 집계했다.
작년 9월 금융당국이 전방위적인 가계부채 총량 규제에 나서면서 시중 은행들의 대출 문턱도 높아졌다. NH농협은행, SC제일은행, 토스뱅크 등 일부 은행은 지난해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를 맞추기 위해 대출 문을 닫았고 나머지 은행들도 대출총량 관리를 위해 가산금리를 자체적으로 올렸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도 이어졌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8월과 11월 각각 0.25%포인트씩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두 차례 인상으로 기준금리는 1.0%가 되며 2019년 3월 시작된 제로금리 시대도 지난해 11월 끝을 맺었다. 은행연합회가 공시한 5대 시중은행의 지난해 12월 취급 분할상환방식 주택담보대출(만기 10년 이상) 평균금리도 3.66%~4.24%로 나타났다.
아직 12월 매매거래 신고기한(30일)이 남아있지만, 역대 최저치를 피하긴 어려울 전망이다. 남은 기한이 6일에 불과한데다 매수심리도 쪼그라든 탓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지난해 11월 5일 99.6을 기록한 이래 10주 연속 기준선(100) 아래서 하락세를 이어갔다.
이 지수는 부동산원이 중개업소 설문을 통해 수요와 공급 비중을 0~200까지 지수화한 것으로, 지수가 100 미만이면 아파트를 사겠다는 사람보다 팔겠다는 사람이 많다는 의미다. 지난 17일에는 91.2까지 내려왔다. 아파트를 사겠다는 수요가 점차 줄어드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달에도 거래절벽은 계속되고 있다. 이날까지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집계된 1월 아파트 매매량은 284건에 불과하다. 전년 1월 5796건에 비하면 4.8%로 급감했고 2020년 1월 6507건과 비교해도 4.3% 수준에 그친다.
일선 중개업소에서도 매수자가 실종됐다는 푸념이 나온다. 관악구 신림동의 한 중개업자는 "매수자는 없고 매물만 쌓인다. 1억원가량 몸값을 낮춘 급매물만 드물게 나가는 상황"이라고 말했고 노원구 중계동의 중개업자도 "매수자들 사이에 고점 인식이 많고 대출도 잘 나오지 않아 집이 팔리지 않는다. 집주인들이 호가를 내리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당분간 거래절벽이 이어질 것으로 관측한다. 한국은행이 올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추가 인상했고 대통령 선거도 예정됐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금리가 꾸준히 오르는 가운데 3월 대통령 선거에 따른 부동산 정책 변화 가능성도 부상했다"며 "수요자들이 주택구입 의사 결정을 미룰 것으로 보인다. 상반기까지 거래절벽과 중저가 시장 조정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