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북한이 순항미사일 두 발을 발사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군은 관련 동향을 예의주시하면서 대비 태세를 확고히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추가 분석이 필요하지만 내륙에서 상당 부분 비행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군은 구체적인 발사 시간과 방향, 사거리와 속도 등은 분석 중이라는 이유로 공개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북한에서 순항미사일이 발사되기 전 군이 사전 징후를 포착하지 못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일각에서는 미사일을 탐지·추적·파괴하는 일련의 작전체계인 ‘킬체인’에 심각한 허점을 노출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다만 군 관계자는 “관련 징후를 예의주시하고 있었고 대비 태세를 유지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한·미 양국은 정보자산 탐지 정보를 바탕으로 세부 제원을 분석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기습적으로 발사한 시간은 이날 오전 8시에서 9시 사이인 것으로 전해졌다. 순항미사일은 탄도미사일과 같은 엄청난 파괴력을 갖추진 못했지만, 장거리 정밀도를 자랑한다.
북한은 지난 5일을 시작으로 17일까지 탄도미사일을 네 차례 발사했다. 이번 순항미사일은 새해 들어 다섯 번째 무력 시위이자 20일 보도된 노동당 정치국 회의에서 ‘대미 신뢰조치 전면 재고’를 천명하면서 핵실험 및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유예(모라토리엄) 철회 가능성을 시사한 이후 닷새 만의 도발이다. 다만 군 당국은 통상 탄도미사일은 탐지 직후 언론에 공개하지만, 순항미사일은 탐지하더라도 별도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
북한이 마지막으로 순항미사일을 발사한 사실이 공개된 건 작년 9월이 마지막으로, 당시 조선중앙통신은 북한 국방과학원이 9월 11일과 12일 신형 장거리 순항미사일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고 주장했다.
북한이 이번에 발사한 순항미사일은 현재 개발 중인 ‘신형’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작년 10월 국방전람회 때 두 종류의 신형 순항미사일을 공개했다. 순항미사일은 탄도미사일과 달리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북한이 발사에 성공했다면 그 결과를 26일 공개할 전망이다.
군은 북한이 2018년 폭파한 풍계리 핵실험장의 갱도 복구 활동은 현재까지 포착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군 관계자는 “일부 관리시설 유지 활동은 식별됐지만, 갱도 복구 활동은 포착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올리 하이노넨 미국 스팀슨센터 특별연구원은 최근 위성사진을 근거로 “차량 통행 흔적과 제설 작업 등으로 미뤄볼 때 북한은 풍계리 핵실험장을 일정 조건으로 유지 중”이라고 분석했다고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전날 전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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