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1월 26일 14:31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HDC현대산업개발이 보유 부동산을 담보로 1조원 넘는 여유 현금을 확보하는 방안을 조만간 발표할 계획인 것으로 26일 알려졌다. 지난 11일 광주 아파트 일부 붕괴사고로 인해 회사가 유동성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서다.
26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HDC현대산업개발은 전날 국내 은행 등 주요 금융회사들과 비공식 미팅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아이파크 타워’ 등 그룹 보유 부동산을 담보로 대규모 여유 현금을 확보하는 계획을 밝히고 금융권의 협조를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금융회사 관계자는 “삼성동 아이파크 사옥과 미착공 토지 등을 담보로 제공하고, 담보인정비율(LTV) 50%만 적용하더라도 최소 1조원의 현금을 대출 받을 수 있다는 계산”이라며 “금융권 일각의 우려를 불식하는 목적으로 조만간 이같은 유동성 확보 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작년 말 현재 보유 현금성자산만 1조9000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회사의 신용과 연계한 자산유동화증권(ABS, PF ABCP, PF ABSTB 등) 발행잔액이 2조8000억원을 웃돌아 원활한 만기 차환(refinancing) 여부에 자본시장 이목이 쏠리고 있다.
차환 실패와 서울시의 영업정지 등 악재가 겹치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투자를 기피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CP 시장의 한 트레이더는 “붕괴 사고가 없었다면 3개월 만기 유동화증권 기준 연 2%대 초반 금리면 팔려야 하는데 현재 연 4.5% 수익률에 내놔도 사겠다는 수요를 거의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라고 전했다.
지난 24일 나이스신용평가는 이같은 시장의 우려를 반영해 지주회사 HDC와 HDC현대산업개발의 신용등급(A+)을 똑같이 ‘하향검토’ 대상에 올렸다. 이은미 책임연구원은 “유동화증권의 차환 여부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회사의 유동성 상황 및 재무부담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했다.
이번에 유동성 확보 계획을 발표하면 과도한 우려를 잠재울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있다. 한 증권사 기업금융 담당 임원은 “2018년 카타르 은행 ABCP 사태 때처럼 부도위험이 없다고 판단하는 기관이 늘어나면서 3개월 이내로 기피 현상이 누그러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또 “증권사들이 차환발행(매입확약, 매입약정)을 약속한 물량이 상당해 올 1분기 유동화증권 만기 도래 규모 1조5000억원을 현대산업개발에서 전액 현금 상환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어 “영업정지 징계 역시 이후의 행정소송 기간까지 고려하면 최악의 유동성 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은 생각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HDC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단기 (자금시장) 경색은 다각도로 유동성을 추가 확보해 충분히 극복 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유동화증권 잔액의 상당부분은 시장의 우려와 달리 (건설)사업 추진에 따른 현금흐름(수익)으로 상환된다”면서 “조속히 사고를 수습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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