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뒤엔 장막처럼 아파트가 펼쳐져 있다. 아파트에선 규격화된 조명이 건조한 빛을 발산하고 있다. 이 장면은 사진가 손은영이 작은 가옥들을 밤에 촬영한 연작 ‘밤의 집’ 가운데 하나다.
집은 아파트와 다르다. 그것을 짓고 살아온 사람들의 손길이 담겨 있다. 구성원들의 정서가 고스란히 스며들어 있는 감성적 공간이다. 그래서 집은 거주를 위한 물리적 시설, 자산을 불리기 위한 투자 대상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작가는 전국의 작은 집들을 찾아다녔다. 아파트처럼 균일하고 반듯한 장소가 아닌, 오래된 주택과 그 창에서 나오는 불빛을 담아나갔다. 지친 하루를 마치고 집으로 가는 길, 멀리서 보기만 해도 마음을 놓게 되는 따뜻한 우리 집의 모습을 찾은 것이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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