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집중력 저하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집중력 저하는 이제 막 젖을 뗀 유아부터 시작해 한창 배움에 열중해야 하는 청소년, 뭔가에 몰입해 성과를 내야만 하는 중장년, 자주 깜빡해서 고민하는 노년에 이르기까지 모든 세대에 해당하는 문제다. 우리의 삶을 건강하고 행복하게 이끌고, 인간관계를 풍요롭게 해주는 주의력과 집중력이 최근 들어 더욱 심각하게 무너지고 있다. 디지털 문화와 각종 소셜미디어, 그리고 코로나 팬데믹까지 겹치면서 집중력은 최악의 위기 상황에 직면해 있다. ‘멀티 플레이’라는 환상 속에서 허우적대는 동안 깊이 오래 생각하고 고민하는 습관을 잊어버렸다. 《빼앗긴 집중력》은 집중력 위기가 기후 위기나 비만 위기보다 더욱 심각하게 다뤄야 하는 주제라고 강조한다.
요한 하리는 3년여에 걸쳐 세계를 누비며 뇌과학자, 의학자, 심리학자 등 전문가들을 찾아 인터뷰하고 난 뒤, 집중력에 대해 그동안 우리가 알고 있었던 상식이 모두 잘못됐다는 것을 밝혀낸다. ‘빼앗긴’이란 단어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우리의 집중력이 특정 세력에 의해 분산되고 파편화되고 있음을 지적한다. 지금까지는 집중력 저하를 ‘개인적인’ 문제라고 생각했고, 개인적인 이유에 의해 발생하고 개인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것으로 여겼다.
하지만 저자는 집중력 저하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집단과 사회의 문제, 강력한 외부 세력에 의해 자행된 범죄적 문제라고 단언한다. ‘우리의 집중력이 도난당하고 있습니다’라고 선언하며, 이런 위기를 초래한 12가지 원인을 밝혀낸다. 밥벌이에만 눈이 멀어 인간의 본성을 조작하는 실리콘밸리 거대 테크 기업들의 추악한 실체를 고발하는가 하면, 브라질 리오의 빈민가와 뉴질랜드의 몇몇 사무실 등을 누비며 ‘집중력 강도’의 흔적을 추적한다.
“예를 들자면, 스트레스와 피로가 집중력을 저해한다는 강력한 과학적 증거가 있습니다. 오늘날 노동자의 약 35%는 직장 상사가 밤낮으로 언제든 이메일을 보낼 수 있어서 스마트폰을 절대 끄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프랑스에서는 노동자들이 이런 상황을 참을 수 없다고 여겨 강력하게 정부에 변화를 요구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연결되지 않을 권리’라는 법안을 쟁취해냈습니다. 간단합니다! 우리는 정해진 근무 시간에 대한 권리가 있으며, 근무 시간 외에 고용주로부터 연락을 받지 않을 권리도 있습니다.”
저자는 이런 사례를 소개하면서, 빼앗긴 집중력을 되찾기 위해 집단적인 노력이 필요한 때라는 것을 강조한다.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쉬지 않고 계속해서 스크롤할 수밖에 없도록 하는 테크 기업들을 향한 강력한 경고 메시지이기도 하다.
홍순철 BC에이전시 대표·북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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