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상승에 장사 없네"…서울 아파트 20개월 만에 하락

입력 2022-01-27 17:29   수정 2022-02-03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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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아파트값이 2020년 5월 이후 20개월 만에 처음으로 하락세로 돌아섰다. 집값 고점 인식이 확산된 가운데 대출 규제, 금리 상승 등 악재가 겹치자 오랜 상승세가 꺾인 것으로 분석된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오는 3월 대통령 선거까지 하향 안정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27일 발표한 1월 넷째주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에 따르면 이번주(24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전주 대비 0.01% 하락했다. 지난달 첫째주(0.10%) 이후 7주 연속 상승세가 둔화하다가 이번주에는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서울 아파트값이 하락한 건 2020년 5월 넷째주(-0.02%) 이후 약 1년8개월 만에 처음이다. 당시는 코로나19 확산 초기여서 아파트 거래가 거의 끊기다시피했다. 이후 시장에 유동성이 풍부해지고 새 임대차보호법 시행(2020년 7월 31일)으로 인한 전셋값 급등까지 더해지면서 집값은 급등 열차를 탔다. 신혼부부나 젊은 층 사이에서 ‘패닉 바잉(공황 구매)’ 열풍이 불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의 금리 인상 등 긴축이 본격화될 조짐을 보이자 최근 주식, 암호화폐 등 자산 가격이 급락했고 부동산 시장도 영향을 받았다. 한국은행은 지난 14일 기준금리를 코로나19 사태 직전과 같은 수준인 연 1.25%로 상향했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글로벌 통화긴축 우려 등에 따른 시장 불확실성 증가로 매수심리가 크게 위축됐다”며 “추가 금리 인상과 전세가격 하락 등 다양한 하방 압력이 맞물리면서 서울 전체가 하락 전환했다”고 설명했다.

이번주 서울 25개 자치구 중 11개구의 집값이 떨어지고 6개구는 보합을 기록했다. 중저가 아파트가 모여 있는 이른바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에선 매물이 쌓이면서 하락폭이 크게 나타났다. 강북구(-0.03%)는 미아동 대단지 위주로, 노원구(-0.03%)는 상계·중계동 위주로 내렸다.

도봉구(-0.02%)는 쌍문·방학동 구축 아파트 위주로 떨어졌다. 강북구 미아동 ‘SK북한산시티’ 전용 59㎡는 지난해 10월 7억8000만원에 신고가를 썼지만 이달엔 7억원에 거래됐다.

강남권도 본격적인 하락 전환이 임박했다. 이번주 서초구와 강남구는 각각 0.01% 상승하며 보합에 근접했다. 송파구(0.00%)는 보합 전환했고 강동·동작구는 각 -0.01%로 내림세로 돌아섰다.

경기 아파트값도 보합으로 돌아섰다. 2019년 8월 셋째주 이후 약 2년5개월 만에 상승세가 멈췄다. 인천을 제외한 5대 광역시도 2020년 5월 첫째주 이후 약 1년9개월 만에 보합 전환하는 등 전국적으로 아파트 시장이 진정된 분위기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미국의 긴축 움직임으로 인해 유동성 덕분에 부풀려진 자산 가격의 거품이 빠르게 빠지고 있고 부동산도 예외가 아니다”며 “다만 대선 이후 규제 완화 등 정책 변화에 따라 시장 분위기가 다시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전세시장도 주춤하다. 이번주 서울 아파트 전셋값(0.00%)은 2019년 6월 넷째주 이후 약 2년7개월 만에 보합 전환했다. 설 연휴를 앞두고 문의가 한산한 가운데 전세대출 금리 상승 등의 영향으로 전세 매물이 쌓이고 있다. 이번주 경기와 인천 전셋값이 각각 0.02%, 0.06% 내리면서 수도권도 하락세(-0.02%)로 돌아섰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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