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당국의 경계감에도 이날 원·달러 환율은 상승세를 이어가 전날보다 5원10전 오른 1202원80전에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 2020년 7월 20일(1203원20전) 후 가장 높았다.
원·달러 환율이 뛰는 것은 미국 달러 가치가 강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에서다. 미국의 금리가 높아지면 글로벌 자금이 미국으로 이동하기 때문이다. 10년물 미 국채 금리는 26일(현지시간) 연 1.873%를 기록해 전날보다 0.091%포인트 뛰었다.
외국인 투자자가 한국 증시를 빠져나간 것도 환율 상승을 부추겼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1조6000억원어치가량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외국인이 조 단위 주식 매물을 쏟아낸 것은 작년 8월 13일(약 2조7000억원 순매도) 후 처음이다. 여기에 우크라이나 전쟁 위기도 환율 상승을 부채질했다.
무역수지 악화 전망도 환율 오름세의 배경으로 꼽힌다. 한국의 무역수지(수출액-수입액)는 작년 12월 5억9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한 데 이어 이달 1~20일에도 56억3000만달러 적자를 이어갔다. 이달에 경상수지와 재정수지가 모두 적자를 기록하는 이른바 ‘쌍둥이 적자’ 가능성도 커졌다. 한국 경제의 양대 버팀목인 정부재정과 무역수지가 악화하는 등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환율이 단기적으로 1250원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론 1200원 선 아래에서 진정될 가능성을 더 높게 보고 있다. 한은도 금리를 높이고 있어 한·미 금리차가 유지되고 있는 데다, 한국의 경제 기초체력이 탄탄해 위기 때의 환율 수준인 1200원이 오래가지는 않을 것이란 예상이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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