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CA1, BRCA2는 유방암과 난소암의 발병 위험을 높이는 대표적인 유전자로 알려져 있다. 때문에 BRCA 유전자 돌연변이는 여성에게만 위험하다는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최근 BRCA 유전자 변이가 전립선암과 췌장암의 위험도 높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연구진은 영국 암연구소의 지원을 받아 BRCA1 혹은 BRCA2 돌연변이를 가진 구성원이 있는 5400개 가족의 데이터를 조사했다. 연구진은 5400개 가족 구성원들의 유전자 데이터와 22개의 서로 다른 암종과의 연관성을 분석했다.
그 결과 BRCA2 돌연변이를 가진 남성이 80세가 될 때까지 전립선암에 걸릴 가능성은 약 27%였다. 이는 정상 BRCA2 유전자를 가진 남성보다 두 배 높은 수치다. BRCA1은 전립선암의 위험성을 크게 증가시키지 않았다.
췌장암의 경우 BRCA1, BRCA2 모두 발병 위험성을 높였다. 두 유전자 중 하나라도 변이가 있으면 80세까지 췌장암이 발생할 확률은 3% 정도였다. 이는 정상 유전자를 가진 집단에 비해 두 배 가량 높은 수치다.
두 유전자는 남성의 유방암 위험성도 크게 높였다. 남성 유방암은 세계적으로 드물게 나타난다. 남성에게 발생하는 모든 암 사례 중에 1% 가량을 차지한다.
BRCA1 돌연변이는 80세까지 남성 유방암 발병 위험을 4배 증가(0.4%)시켰고, BRCA2 돌연변이는 44배까지(3.8%) 증가시켰다. 즉 BRCA2 유전자에 변이가 있는 남성 1000명 중 38명은 유방암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다.
기존에 BRCA 유전자가 영향을 미칠 것으로와 예상됐던 위암과 피부암의 일종인 흑색종에서는 큰 연관성을 발견하지 못했다. 연구를 주도한 마크 티슈코위츠 케임브리지대 유전학과 교수는 “위암에 대한 잠재적인 위험은 확인했지만, 너무 소수의 사례라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했다.
국내 전문가는 "BRCA 유전자 변이로 인한 발암 위험이 여성에게 국한돼 있다고 생각하지만, 남성에게도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결과"라며 "가족력이 있는 경우 여성뿐 아니라 남성도 주기적으로 건강을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최지원 기자 jwcho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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