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증권거래세 폐지' 한달 만에 양도세 폐지로 후진한 尹

입력 2022-01-28 16:14   수정 2022-01-29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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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주식 양도세 폐지’ 공약이 최근 주가 폭락에 상심한 ‘개미’들의 울분을 조금은 덜어준 듯하다. 개인 투자자들은 대체로 “환영” 했고, 심지어 “오늘부터 지지한다”는 반응까지 나왔다. 윤 후보 측은 내년 시행 예정인 주식 양도세 과세를 전면 폐지하고, 증권거래세는 현행 방식을 유지하겠다고 했다. 개정 세법에 따라 내년부터 주식 투자에서 연간 5000만원 이상 수익(손익합산, 손실은 5년간 이월공제)이 날 경우 과세표준 3억원 이하는 20%, 3억원 초과는 25%의 양도세가 부과된다. 대신 거래세는 현행 0.23%를 0.15%로 내리겠다는 게 정부 방침이다. 윤 후보가 이런 일정에 제동을 건 것이다.

주식 양도세 과세와 거래세 폐지 방향은 ‘소득 있는 곳에 과세한다’는 조세원칙에 부합하고, 선진 증시와 보조를 맞춘다는 점에서 불가피한 선택이다. 미국 호주 캐나다 등은 주식 양도세만 부과하고 거래세가 없다. 한국과 같은 세제가 있었던 일본도 1999년 ‘양도세 과세-거래세 폐지’를 단행했다. 증시 활성화를 이유로 양도세를 매기지 않던 정부가 1990년대 이후 상장기업 대주주 중심으로 과세 대상을 늘려온 것도 이 때문이다.

한 달 전만 해도 신선한 ‘증권거래세 폐지’ 공약으로 눈길을 끈 윤 후보가 ‘양도세 폐지’로 전격 후진한 것은 최근 주가 급락 외에는 사정이 달라진 게 없다는 점에서 뜬금없고 퇴행적이다. 일단 윤 후보 측은 투자자 보호,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방지, 증시 활성화를 이유로 들었다. 언뜻 보면 그럴듯하다. 그러나 개미 1000만 명 가운데 연간 수익이 5000만원 이상인 투자자는 15만 명에 불과하다. 대다수는 양도세 걱정을 안 해도 된다. 오히려 거래세 인하·폐지 효과를 누리지 못해 손해일 수 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방지도 한국 기업의 실적 향상이 관건이란 점에서 침소봉대된 측면이 없지 않다. 양도세를 부과하더라도 낮은 세율과 충분한 비과세 범위 설정, 거래세 폐지로 부작용을 충분히 줄일 수 있다.

윤 후보의 증시 공약 뒤집기는 여야 합의로 세법까지 개정된 마당이어서 명분도 적다. 현행 대주주 양도세 과세도 전면 폐지되는 문제가 생긴다. 그런데도 “주식시장 안정 이후 새 과세 체계를 도입하겠다”는 말은 표심을 좇는 포퓰리즘을 가리려는 변명으로 들린다. 국가 중요 정책을 이렇게 뒤집을 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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