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풀리기 전에 전쟁난다"…'얼음' 된 투자자들

입력 2022-01-31 13:02   수정 2022-02-24 00:01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임박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국내외 연기금·공제회 자산운용사 등 투자기관들이 일제히 지갑을 닫고 현금보유 비중을 끌어올리고 있다. 채권의 경우 단기상품 위주로 최소한의 투자만 이어가고 주식도 거래를 자제하는 분위기다.

3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최근 채권 발행과 주식 공모 수요예측에서 국내외 투자자 기관 한 곳 당 주문 규모가 평소의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다. 지난 14일 이뤄진 LG에너지솔루션의 기관 수요예측 경쟁률은 2031대 1을 기록했으나, 불과 열흘 뒤 실시한 현대엔지니어링 수요예측에선 경쟁률이 50대1을 밑돌았다.

회사채 시장도 마찬가지다. 국내 기업의 원화 회사채 발행 수요예측 평균 경쟁률은 작년 1월 6.99대 1에 달했으나 올해는 SK브로드밴드의 6.9대 1이 최고였다. 신용 AAA급인 KT의 경쟁률이 4.1대 1에 그쳤을 정도다. 대부분이 이보다 낮은 수준의 경쟁률을 기록했고 A급인 CJ프레시웨이와 LS전선의 경우 회사채 미매각까지 나왔다. 해외시장도 주춤하고 있다. 한화생명은 지난 25일 최대 10억달러 규모 후순위채 발행에 나섰으나 7억5000만달러 규모에 만족해야했다.

시장 분위기가 급격히 냉각된 것은 미 중앙은행(Fed)이 급격한 금리인상을 예고하고 나서면서다. 작년 12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40년만에 최고 수준인 전년 동기 대비 7%나 오른 것으로 발표되자, 화들짝 놀란 Fed는 기준금리를 올해 7번까지 인상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러자 미국 나스닥 지수가 15% 가까이 폭락하는 등 증시가 급락했다. 한국에서도 1월 초순까지 2900포인트대 후반에서 오르내리던 코스피 지수가 급락해 2600대로 내려앉았다.

이런 가운데 전쟁 리스크까지 높아지고 있다. 러시아군이 얼어붙은 땅이 녹기 전에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의 북쪽으로 침공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전쟁이 발생하면 단기적으로 원자재시장과 금융시장의 충격이 불가피하다. 한 외국계 증권사 관계자는 "지금은 뭘 사도 손해볼 가능성이 높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며 "러시아의 개전 여부가 결정되고 미국의 금리상승 폭이 예측 가능해지는 등 시장이 안정될 때 까지 혼란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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