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만9000달러, 3만2000달러, 3만4000달러…."
매일 비트코인의 하방이 어디인지를 짚는 투자전문가들의 멘트를 담은 기사가 쏟아진다. 작년 11월 6만8000달러대까지 올라갔던 비트코인은 28일 3만7000달러, 5일 전인 23일에는 3만3000달러대까지 내려갔다. 지금 이상의 폭락을 겪은 지난 7월에는 2만9000달러대까지 내려앉기도 했다. 하방을 알려면 '적정가치'가 전제돼야 한다. 주식시장에서 적정가치가 없으면 '하방은 열려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근 암호화폐 적정가치를 산정하는 여러 기법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많다.
국내 암호화폐거래소 코빗의 리서치센터가 지난 27일 암호화폐 밸류에이션(가치평가) 모델 6가지를 소개한 '가상자산 밸류에이션에 대한 고찰' 보고서를 펴냈다. 지난해 10월 출범한 코빗 리서치센터는 암호화폐거래소 업계의 유일한 리서치센터다. 증권사 리서치센터와 같은 역할을 하게 될 전망이다. 코빗 리서치센터장을 맡은 정석문 코빗 이사가 보고서에 담아낸 밸류에이션 기법들을 정리해봤다.
가장 첫 번째로 소개되는 밸류에이션 기법은 '메트칼프의 법칙'이다. 미국의 전기공학자이자 쓰리콤(3Com)사의 창립자인 로버트 메트칼프가 1980년대에 제안한 이 모델에 따르면 네트워크의 가치는 네트워크 참여자(노드)들을 이어주는 연결고리의 수에 비례한다. 메트칼프의 법칙은 암호화폐의 지갑수가 n개라고 할 때 연결될 수 있는 전체 네트워크의 수를 뜻한다. 지갑수가 n개라면 네트워크의 갯수는 n(n-1)/2가 된다.
보고서는 암호화폐를 '회원권'에 빗대 설명한다. 회원권의 가치는 회원권을 얼마나 많은 곳에 활용할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회원권의 활용도를 암호화폐의 '네트워크'로 이해하면 된다는 설명이다. 암호화폐의 네트워크가 확장될수록 암호화폐의 가치도 상승한다고 보는 이유다. 보고서는 이 방식에 대해 "암호화폐 지갑수를 파악하기 어렵고, 지갑의 소유자에 따라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수준을 알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고 지적한다.
가장 흔히 쓰이는 모델로는 화폐수량설(MV=PQ)이 있다. M은 통화량, V는 화폐수량속도, P는 평균가격, Q는 생산량을 뜻한다. 화폐수량속도와 생산량은 상수로 보기 때문에 평균가격(P)은 곧 통화량(M)에 비례한다는 이론이다.
통화를 비트코인으로 대체하자. 그러면 비트코인의 시가총액(M)과 유통속도(V)의 곱은 비트코인의 거래액(PQ)과 같다고 볼 수 있다. 여기서 비트코인의 유통속도는 연간 비트코인 하나가 손바뀜하는 횟수로 코인메트릭스에 따르면 29일 기준 14.71 정도다. 코인게코에 따르면 1월29일까지 비트코인의 연간 거래액은 15조7732억달러다. 비트코인 연간 거래액에 비트코인 유통속도를 나누고, 다시 비트코인의 최대 유통갯수(2100만개)를 다시 나누면 5만1061달러가 나온다.
화폐수량설의 단점은 비트코인 유통속도를 어떻게 측정해야할지 애매하다는 것이다. 비트코인은 시황에 따라 유통속도가 크게 변동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트코인은 화폐와 달리 그 거래기록이 블록체인에 모두 남는다. 보고서는 거래기록을 토대로 V값을 실시간으로 측정하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원가접근법은 암호화폐가 힘을 못 쓰는 최근 증시에 적합한 이론이다. 결국 모든 가격은 원가 수준에 회귀한다는 애덤 스미스의 생산비용이론에 따른 것이라고 보고서는 설명하고 있다. 현재 전기료나 해시레이트 등의 원가를 고려한 생산비용은 3만4280달러다. 29일 오전 3시 기준 3만6911달러이며, 최근 3만3000달러대까지 내려갔다는 점을 고려하면 일종의 '하방'으로 볼 수도 있다. 보고서도 "하락장에서 일종의 하방(floor value)를 찾는 지표로 쓰일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외에도 MV/RV모델이나 NV/NTV모델, 스톡 푸 플로우(S2F) 모델이 소개됐다. MV/RV모델은 현재 시가×개수로 계산한 시가총액(MV)을 개별 코인들이 마지막으로 거래된 시점의 가치(RV, realized value)로 나누는 방식이다. MV가 RV보다 크면 기존 투자자들은 이익 구간에 있다는 뜻으로 해석한다. 이 수치의 변동성이 과거 폭락 시점인 2014년이나 2018년에 미뤄 비슷한 수준까지 커지면 과열 구간에 접어든 것으로 본다.
2F모델은 4년마다 반감기가 오는 비트코인 특성상 그 때가 올 때마다 가격이 폭등한다는 이론이다. NV/NTV모델 등 각 이론의 자세한 내용은 코빗 홈페이지의 마켓 인사이트 메뉴에서 확인할 수 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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