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수지의 만성 적자는 종종 '위기의 징후'로 해석된다. 금융위기 직전이던 2008년 상반기(-72억1870만달러), 유럽발 재정위기가 닥쳤던 2011년 상반기(-67억2360만달러)에 적자가 이어졌다. 적자를 확인한 외국인 투자자들은 "한국 시장이 매력적이지 않다"고 보고 자금 회수에 나섰다. 덩달아 외환·증권시장도 흔들렸다.
최악 무역적자…위기의 악몽 되살아나나
지난달 무역수지(상품수출-상품수입)가 사상 최악의 적자를 기록하면서 위기의 악몽이 되살아 났다. 지난 1월에 경상수지(상품 및 서비스 수출입)와 재정수지가 모두 적자를 기록하는 이른바 '쌍둥이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추산된다.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에 민감한 외국인 투자자들이 미국의 긴축적 통화정책 움직임과 맞물려 한국을 등질 것이라는 우려도 퍼졌다. 2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무역수지는 48억9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적자폭 기준으로 역대 최대다. 지난해 12월에 5억9000만달러 적자에 이어 두 달 연속 적자를 이어갔다.
두 달 연속 적자는 에너지 가격이 고공행진하면서 수입액이 불어난 결과다. 지난달 원유(75억달러)·가스(64억달러)·석탄(20억5000만달러) 수입액은 159억5000만달러로 작년 1월보다 90억6000만달러 늘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우려로 원자잿값 고공행진은 이어지고 있다 '원자재발' 무역적자 흐름이 굳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무역수지가 사상 최악의 적자를 기록한 만큼 경상수지 적자 가능성도 높다. 경상수지(상품수지)와 무역수지는 산출 방식이 다르지만 통상 비슷하게 움직인다. 경상수지는 물론 정부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도 작년 2~11월에 10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정부가 코로나19에 대응해 씀씀이를 대폭 늘리고 있는 만큼 작년 12월에 이어 올해 1월도 적자가 유력한 상황이다.
외국인 투매 우려...외환·증시 변동성 더 커지나
지난달 쌍둥이 적자를 기록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국이 쌍둥이 적자를 기록한 것은 해외 배당금 송금이 몰린 2020년 4월이 마지막이었다. 한국 경제의 양대 버팀목인 정부재정과 경상수지가 동시에 악화일로를 걷는 만큼 외국인 이탈이 가속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서 지난달 20~28일에 7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이어갔다. 이 기간 동안 4조406억원어치를 투매했다. 외국인의 투매에 코스피지수는 한 때 2600선이 붕괴하기도 했다. 환율은 지난달 28일에 2원70전 오른 1205원50전에 마감하며 2020년 7월 16일 이후 1년 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나빠진 펀더멘털에 이탈이 본격화하면 자본시장 출렁임과 환율 오름세는 더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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