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사는 중대재해 고소 대리·상담 못한다

입력 2022-02-02 17:06   수정 2022-02-02 23:48

공인노무사가 중대산업재해와 관련한 수사·처벌에 대응하기 위해 기업에 법률 상담을 해주거나 의견서를 작성해주는 것은 변호사법 위반이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임금체불 등 근로기준법 위반과 관련해 의뢰인의 형사 고소·고발 서류를 대신 작성해주는 것도 노무사 직무 범위를 넘어선다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로 노무사들이 관행적으로 해오던 노동관계법 위반 사건의 고소·고발 대리와 상담 업무가 불가능해져 노무사업계가 큰 충격에 빠졌다.
“고소·고발은 노동관계법령 아냐”
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변호사법 위반으로 기소된 노무사 A씨의 상고심에서 원심의 무죄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유죄 취지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돌려보냈다. 노동부 근로감독관 출신인 A 노무사는 2007~2013년 한 건설현장에서 산업재해, 근로자 사망 등의 사건을 의뢰받고 산업안전보건법 관련 의견서를 작성해줬다. 또 참고인 진술조서 예상문답, 산안법 형사사건 처리 절차, 피의자별 적용 법령 등에 대해 75회에 걸쳐 법률 상담을 해주고 총 21억9000여만원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와 관련해 1심과 2심은 A씨의 활동이 공인노무사법이 정한 범위의 직무수행이라고 보고 무죄를 선고했다. 노무사는 공인노무사법에 ‘노동관계 법령에 따라 관계기관에 대한 신고·신청·보고·진술·청구와 권리 구제 등을 대행하거나 대리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노동관계 법령에 따른 서류의 작성과 확인, 노동 법령과 노무 관리에 관한 상담·지도 등도 직무 범위다. A 노무사의 행위는 여기에 포함된다고 본 것이다.

이 판단은 대법원에서 뒤집혔다. 재판부는 “근로감독관이 특별사법경찰관으로서 중대재해 관련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혹은 근로기준법 위반 여부를 수사하는 경우에는 특별한 근거가 없는 이상 형사소송법, 사법경찰직무법 등에 따른 수사 절차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했다. 그런 만큼 변호사가 아닌 노무사가 대응하는 건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임금체불 고소·고발 대리도 안 돼”
A 노무사는 임금체불 등에 관한 법률상담을 한 뒤 의뢰인의 회사 대표를 상대로 근로기준법 위반 고소장을 지방노동청에 제출한 혐의로도 별도의 재판을 받았다. 이 사건 역시 1·2심은 무죄였으나 대법원은 변호사법 위반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대법원은 “고소·고발은 노동관계 법령이 아니라 형사소송법, 사법경찰직무법 등에 근거한 것”이라며 “고소·고발장 작성을 위한 법률 상담도 공인노무사법상 ‘노동관계 법령과 노무관리에 관한 상담·지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이번 판결을 두고 노무사업계는 당혹해하고 있다. 중대산업재해와 관련한 컨설팅과 의견서 작성 등이 어려워질 경우 해당 분야에서의 입지가 위축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한 노무사는 “의뢰인에게 노동 관계법 위반 여부에 대해 상담해주고, 그 이후 고소·고발 절차가 어떻게 진행되는지까지 설명해 주는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라며 “형사 절차부터는 상담해 줄 수 없다고 한다면 누가 노무사를 찾아오겠나”라고 반발했다. 한국공인노무사회 관계자는 “노동 관련 사건에서 노무사만큼 전문성 있는 집단은 없는데, 유죄 취지로 최종 판결이 나온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대법원 판결인 만큼 이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입법적 수단을 강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진석/곽용희 기자 isk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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