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화디펜스가 독자 개발한 국산 무기 K-9 자주포(사진)가 이집트에 수출된다. 2조원 규모 계약으로 여덟 번의 K-9 수출액 중 최대다. 중동·아프리카 국가로는 첫 수출이다.
올 들어 아랍에미리트(UAE)에 4조원 규모의 지대공(地對空) 미사일 천궁Ⅱ를 수출하는 계약을 맺은 데 이어 K-9 자주포 수출도 성사되면서 국내 방산기업의 우수한 무기 경쟁력을 다시 한 번 세계에 알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2일 방위사업청에 따르면 한화디펜스는 지난 1일 이집트 국방부와 K-9 자주포 수출계약에 최종 서명했다. 앞서 지난달 말 문재인 대통령의 이집트 방문 당시 계약이 성사 직전 불발됐다가 열흘 만에 극적으로 합의에 성공한 것이다. 방사청 관계자는 “문 대통령 귀국 후에도 업체 및 정부 대표단 중 일부가 현지에 남아 협상을 이어갔다”며 “우리 측에서 추가 양보 없이 제시한 최종안을 이집트 측이 수용해 극적으로 협상이 타결됐다”고 설명했다.
계약금액은 2조원 이상으로 역대 K-9 자주포 수출 중 최대 규모다. K-9 자주포는 국방과학연구소(ADD)와 삼성테크윈(현 한화디펜스)이 1998년 국내 기술로 독자 개발했다. 155㎜, 52구경장 포탑을 탑재해 사격 명령을 접수한 지 30초 이내에 탄을 발사할 수 있다. 2010년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당시 K-9은 기습당한 상황에서도 곧바로 대응 사격을 했다. 최대 사거리는 40㎞에 달한다.
K-9은 2001년 터키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폴란드, 핀란드, 인도, 노르웨이, 에스토니아, 호주 등에 수출했다. 국내를 비롯해 총 1700여 문이 운용 중이다. 한화디펜스 관계자는 “국내 산악 지형부터 광활한 평원과 설원, 사막 등 해외 각국의 다양한 운용 환경에서 성능을 검증받았다”며 “사격 후 신속한 변환 전술 운용에 최적화돼 있는 것이 강점”이라고 말했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K방산은 가격 대비 성능이 뛰어나고 끊임없는 개량이 이뤄지고 있어 ‘가성비’ 측면에서 월등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또 수입국의 요구에 맞춰 현지 생산 방식을 도입해 사후서비스(AS)와 기술 이전 등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서면 브리핑을 통해 “이번 계약은 K-9 자주포로는 최대 규모 수출을 기록했을 뿐 아니라 국내 무기체계의 우수성을 다시 한 번 인정받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정부와 방산업계는 올해 ‘K방산’ 수출이 100억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올해 전망도 밝은 편이다. LIG넥스원은 UAE 외 다른 국가와 천궁Ⅱ 수출계약을 협의하고 있다. 한화디펜스가 K-21 장갑차를 개량해 만든 AS-21 레드백은 호주 육군이 발주한 사업을 따내기 위해 독일 업체와 경쟁 중이다. 최대 270억호주달러(약 23조원) 규모인 이 사업 승자는 상반기 내 결정된다. KAI는 콜롬비아를 비롯한 중남미 시장을 대상으로 FA-50 경공격기 마케팅을 적극 펼치고 있다.
강경민/송영찬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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