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은행 정기예금 잔액이 지난 한 달간 11조8410억원 증가했다. 은행들이 작년 연말을 기점으로 수신금리를 올리기 시작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갈곳 없는 돈’을 의미하는 요구불예금도 지난해 말과 비교해 9조1311억원 늘었다. 증시와 암호화폐 투자 여건이 나빠지는 가운데 금융 소비자들이 보다 안정적인 은행으로 자금을 돌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3일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은행 등 5대 은행에 따르면 이들 은행의 1월말 기준 정기예금 잔액은 666조7769억원으로 전달 말 654조9359억원에 비해 11조8410억원 증가했다.
통상 은행 정기예금은 1월에 증감폭이 큰 경향이 있다. 금융 소비자들이 연말 혹은 연초 가입했던 정기예금의 만기가 도래하면 다시 조건을 저울질한 뒤 재가입 여부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이번엔 수신 금리가 대폭 올라 의사결정이 상대적으로 쉬웠을 것이라는 게 은행들의 설명이다. 지난달 중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린 즉시 은행들은 예·적금 금리를 높이는 조치를 취했다.
대표적인 부동자금을 의미하는 요구불예금 잔액은 지난달 말 기준 735조7012억원으로 2021년 12월말 대비 9조1311억원 증가했다. 5대 은행 요구불예금은 작년 12월에도 그 전달 대비 8조5970억원 늘어난 바 있다. 그만큼 투자자들의 고심이 커졌다는 의미다. 증시와 암호화폐 시장에 불안요인이 적지 않은 가운데 은행들은 이달에도 은행으로 자금이 유입되는 현상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금리가 올라가면서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해 5월 이후 8개월만에 감소세로 전환했다. 전년말 대비 1조3634억원 줄어든 707조6895억원을 기록했다. 개인 신용대출 잔액은 전년말 대비 2조5151억원 감소한 137조421억원이었다. 이는 개인들이 대출로 마련한 LG에너지솔루션 공모주 청약 자금을 증시에 넣는 대신 대출을 갚는데 썼다는 의미다.
주담대 잔액이 전달말 대비 1조4135억원 증가한 가운데, 전세자금대출 잔액은 1817억원 줄어든 것도 주목할만한 대목이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그만큼 최근 전세시장이 얼어붙었고, 전세자금 수요 자체가 줄었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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