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조스, 호화 요트 운항 위해 네덜란드 교량도 철거

입력 2022-02-03 17:34   수정 2022-02-03 17:35


세계 최고 부자 중 한 명인 아마존 창업주 제프 베이조스의 호화 요트의 운항을 위해 네덜란드 항구도시 로테르담이 144년 된 지역 명물 건축물을 부분 철거하기로 했다.

2일(현지 시각) AFP통신,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에 따르면, 로테르담시 당국은 올 여름으로 예정된 베이조스 소유 요트의 통행을 위해 ‘드 헤프(De Hef)’로도 알려진 코닝스하벤(Koningshaven) 다리 중 교량 부분을 제거해 철거하기로 했다.

베이조스의 요트는 네덜란드 요트 제작사 오션코가 로테르담 인근 도시인 알블라세르담의 조선소에서 건조하고 있다. ‘Y721′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 요트는 길이 127m로 건조 비용은 4억8500만달러(약 5825억원)에 달한다. 이 배가 바다로 나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코닝스하벤 다리 밑을 통과하는 방법밖에 없다.

하지만 다리 밑을 통과할 수 있는 선박 높이의 상한선은 40m에 불과하다. 이보다 높게 건조될 베이조스의 요트는 지나갈 수 없다. 결국 로테르담시는 ‘다리 일부 분해’ 허가를 내어줬다.

WP는 시 당국의 다리 철거 허가가 나오지 않았다면 오션코는 요트를 반 정도 건조한 뒤 코닝스하벤 다리를 통과해 로테르담이 아닌 다른 곳에서 최종 완성할 계획이었다고 보도했다.

로테르담시 대변인은 “이 길이 (요트가) 바다로 향할 수 있는 유일한 경로”라며 “경제적으로 매우 중요한 프로젝트를 완료하기 위한 유일한 대안”이라고 했다. 철거 이후에는 다시 최신식으로 다리를 재건할 것이라고 밝혔다.

로테르담 지역 사회에서는 문화재 훼손을 염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톤 베세린크 로테르담 역사학회 회장은 “일자리는 중요하지만, 우리의 산업 문화재가 얽히게 되면 일자리를 위해 내릴 수 있는 조치에도 제한이 있다”고 말했다.

코닝스하벤 다리는 1878년 다리 일부가 열리고 닫히는 선개교로 지어졌다. 1927년 서유럽 최초의 철도교로 재건됐고,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의 폭격으로 무너졌다가 1940년 다시 지어졌따. 열차가 운행할 때는 상단에 매달린 철도 교량이 기둥을 내려와 양측을 잇게 되며 배가 수로를 지날 떄는 반대로 교량이 올라간다.

다른 철도 노선이 마련된 1993년부터 열차 운행은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당국은 쓸모가 없어졌다며 철거하려 했지만, 주민들의 반대로 무산됐던 바 있다.

장지민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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