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카(미야자와 리에 분)는 정성스럽게 요리한 음식을 식탁에 올려놓는다. 남편(다나베 세이치 분)은 직장에서 못 마친 업무에 정신이 팔려 눈을 마주치지 않는다. 리카는 포장된 선물도 조용히 내놓는다. 남편은 “이게 뭐야?”라며 포장지를 뜯고 어색한 미소를 짓는다. 어색한 미소에도 고마운 리카는 “일할 때 시계 필요할 거 같아서”라고 말한다. 적은 월급에도 차곡차곡 돈을 모아 준비한 선물이다. 하지만 이내 남편은 “운동할 때 하면 되겠네”라고 무심히 답한다. 리카는 “비싼 거 아니어서 미안해”라며 돌아서 고개를 떨군다.
당시 일본 사회에선 고타와 같은 처지에 놓여 있던 젊은이들이 많았다. 1990년 일본은 주식, 부동산 등 자산 가격이 급속하게 하락하는 버블 붕괴 국면을 맞이한다. 이후 일본 경제는 장기 불황에 빠지고, 경제활동을 활발하게 하던 젊은 층들은 어려움을 겪게 된다. 보통 국가 경제는 자산 가격이 급속하게 떨어진 이후 불황에 빠진다. 이는 ‘역(逆) 부의 효과’ 때문이다. 자산 가격이 급속도로 하락하면 경제 주체들은 소비를 줄이게 된다. 자산을 취득하려고 끌어온 부채를 갚기 위해선 허리띠를 졸라매는 수밖에 없어서다.
자산 가격 하락은 단번에 끝나지 않는다. 자산 가격이 떨어지기 시작하면 금융회사는 부채 상환을 요구하고 채무자들은 너도나도 자산을 매각하게 된다. 하락이 하락을 불러오는 악순환에 빠지는 것이다. 1990년 시작한 일본의 자산 가격 하락은 2005년까지 지속됐다. 2002년엔 1990년 대비 자산 가치 하락 규모가 1500조엔(약 1경5645조7500억원)에 달하기도 했다. 이 시기는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으로도 불린다.
그러다 리카는 끝내 넘어선 안 될 선을 넘는다. 고타의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고조의 예금에서 돈을 몰래 빼오며 횡령을 저지른다. 처음에는 “고타가 누릴 수 있는 것”이라는 생각에서 시작된 일이었다. 하지만 시작이 어려운 법. 즐거워하는 고타의 모습에 리카는 점점 더 대담해져 간다. 고조의 돈뿐만 아니라, 다른 고객들의 예금에도 손을 댄다. 빼돌린 돈으로 그들은 초호화 호텔에서 숙박을 하고, 명품 가방과 옷을 거침없이 사며 행복해한다. 가짜로 이뤄진 허영 속에서 당장의 순간만을 살며 쾌락을 느낀다.
구민기 한국경제신문 기자
2. 버블이 붕괴되면 경제적 악순환이 어떻게 발생하는지 학습해보자.
3. ‘역(逆) 부의 효과’에 대해 좀 더 깊이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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