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최초로 미국 연방조달규정(FAR) 전문을 한글로 번역해 《미국 연방조달규정 번역 및 해설집》을 펴낸 김만기 KAIST 경영대학 교수(61·사진)는 6일 인터뷰에서 책을 쓴 이유를 묻자 이같이 답했다.
FAR은 미국 연방정부가 공공조달용 예산을 어떻게 운영하고 집행하는지, 입찰에 참여하기 위해 필요한 법률적 조건은 무엇인지 등을 총망라한 규정집이다. 미국 공공조달 시장에 진출하려는 기업은 반드시 알아야 하지만, 2000쪽이 넘는 방대한 규정이 영어로 기술돼 있어 중소기업은 FAR 내용을 정확히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김 교수는 “2020년 9월부터 시작해 작년 12월까지 16개월에 걸쳐 FAR 전문을 번역했다”며 “특정 규정의 의미, 활용 방법 등을 설명한 해석도 책 중간중간에 담았다”고 말했다.
2018년 KAIST에서 ‘국제입찰&해외공공조달 관리과정(IGMP)’을 개설한 김 교수는 국제 공공조달 분야에서 이론과 실무 경험을 겸비한 국내 최고 전문가로 꼽힌다. 1994년 호주 정부를 상대로 통신 자재 등을 납품하기 시작한 김 교수는 2000년부터 2010년까지는 미국 국방부의 소프트웨어(SW) 공공조달 사업에 참여했다.
김 교수는 해외 공공조달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해당 국가의 규정을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고 보고 2019년 미국 조달시장과 관련한 개괄적 지침서 성격의 《국제입찰Ⅰ 미국 연방정부 및 주정부 조달》을 펴냈다. 2020년엔 유엔이 발주하는 공공조달 사업에 한국 기업의 참여를 돕기 위해 《국제입찰Ⅱ 유엔조달사업》을 썼다.
김 교수는 이전에 내놓은 두 권의 책과 달리 이번 해설집은 무료로 배포할 예정이라고 했다. 그는 “번역 작업에 정부가 예산을 지원해줬다”며 “FAR 번역이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작업이 아니라 꼭 필요한 국가적 사업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무료로 전국 주요 대학과 도서관에 배포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한국 기업이 미국 공공조달 시장에 진출하는 데 있어 제도적으로는 우호적인 환경이 갖춰져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은 ‘통상협정법(TAA)’을 통해 자국 공공조달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국가를 제한하는데, 한국은 허용된 국가이기 때문이다. 중국과 러시아는 TAA 지정국이 아니다. 김 교수는 “중국이란 경쟁국이 없는 상황에서 한국 제품의 높은 경쟁력, 한·미 동맹의 위상, 공공조달 교역 규정을 명시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을 고려하면 미국 공공조달 시장에서 한국 기업의 점유율이 최소한 1% 이상으로 올라갈 수 있다”며 “한국 기업이 더 적극적으로 미국 조달시장 진출을 추진할 때”라고 강조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