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파업 위기에 처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 금속노련 산하 전국삼성전자노조 공동교섭단이 지난 4일 고용노동부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에 노동쟁의 조정을 신청했기 때문이다. 노사 한쪽의 거부로 중노위의 사전 조정이 무산되면 노조는 파업에 들어갈 수 있는 쟁의권을 확보한다.
노조의 강경 행보를 바라보는 삼성전자 주주 시선은 싸늘하다. 6일 주요 온라인 주주게시판엔 삼성전자 노조의 행보를 비난하는 글이 쇄도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려 한다’는 게 골자다.
파업 가능성이 커지면서 주가 움직임도 둔해졌다. 미국 증시 폭락 여파로 지난달 27일 2700선이 깨진 코스피지수는 3거래일 만인 지난 4일까지 5.19% 반등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삼성전자 주가 상승률은 4.02%에 그쳤다. 노조의 행보를 악재로 판단한 투자자가 적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특히 노조가 영업이익의 25%를 성과급으로 지급하라고 요구한 대목이 논란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51조630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이 중 25%를 11만 명의 직원에게 나눠주면 성과급만 1인당 1억1700만원이 돌아간다.
노조 요구가 현실이 되면 삼성전자의 미래 먹거리 확보도 차질을 빚는다. 지난해 삼성전자가 설비 투자에 쏟아부은 금액은 영업이익과 맞먹는 48조원에 달한다. 수십조원의 이익을 꾸준히 내는데도 삼성전자의 현금성 자산이 제자리걸음을 하는 이유다.
노조가 의도적으로 사측이 받아들이기 힘든 조건을 내걸어 파업을 유도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전자 노조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020년 5월 ‘무노조 경영 폐기’를 선언하면서 탄생했지만 노조 참여율은 저조하다. 노조 측이 밝힌 조합원 숫자는 4500명 선으로 전체 직원의 5%에도 못 미친다. ‘미니 노조’가 존재감 부각을 위해 파업을 택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노조가 조합원의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건 당연하지만 지금과 같은 ‘투쟁을 위한 투쟁’은 사회적 공감을 얻기는커녕 삼성 직원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귀족노조의 구태 때문에 ‘8만전자’(삼성전자 주가 8만원대)는 포기해야겠다”는 개인 투자자의 한탄이 오늘 따라 무겁게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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