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작 북한 핵·미사일을 머리 위에 얹고 사는 한국은 이번에도 성명에 불참했다. 지난달 북한의 잇단 미사일 위협에 안보리 회의가 두 번 소집됐으나, 중·러의 반대로 규탄 결의가 수포로 돌아가자 미국 등이 따로 대북 비판성명을 냈을 때도 한국은 강 건너 불구경하듯 했다. 대북 공동대응 전선의 맨앞에 서도 모자랄 판에 외교부는 “안보리 이사국들과 한반도 정세 및 대응방향에 대해 긴밀히 소통 중”이라는 하나마나 한 말만 늘어놓으니 국제사회가 한국을 어떻게 바라보겠나.
북한 김정은은 집권 10년간 한국 미국과 대화할 때도 뒤로는 핵·미사일 개발에 주력했다. 새해 들어 한 달 새 극초음속·열차발사·변칙기동형·중거리 미사일 등 7차례에 걸친 온갖 ‘몰아치기 도발’을 벌인 게 그 증좌다. 한·미 미사일 방어시스템 무력화를 겨냥한 것으로, 우리 국민을 ‘핵·미사일 인질’로 삼겠다는 목표가 드러난 셈이다. 김정은은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까지 시사하면서 레드라인(금지선)을 넘으려 하는데, 지금까지의 도발이 그의 예고대로 진행돼 온 점을 감안하면 허세만은 아닐 것이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처음으로 대북 독자제재에 나선 것이나 미·일 정상이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북한 비핵화)’ 공조를 외친 것도 북한 협박을 묵과하기 힘든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우리 정부는 미사일 사거리 등 북한의 위협을 축소하기에 급급했다. IRBM 발사에 모처럼 ‘규탄’이란 단어가 나오긴 했지만, ‘도발’이란 말을 꺼리고 서방국가들의 규탄성명엔 ‘오불관언’이니 진정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평화 쇼’ 미련을 접고 실효적인 대북 억제에 나서야 한다. 대선 후보들도 ‘사드 배치냐, 아니냐’로 논쟁을 벌일 때가 아니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 예측 불가능한 만큼, 방어수단들을 총동원해도 부족할 판이다. 국민 안위보다 더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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