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성범죄 등으로 징역 42년형을 확정받은 ‘n번방’ 주범 조주빈이 이번엔 ‘옥중 블로그’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지난 4일 조씨 아버지가 조씨의 편지 등을 토대로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성 게시물을 블로그에 올린 것이 뒤늦게 드러나면서다.
해당 블로그에는 “이 사건은 여론에 의해 공소되고 판결된 재판”이라며 경찰 검찰 사법부에 대한 비판의 글이 올라왔다. “피해자가 거짓말을 했다”고 주장하는 글도 올라왔다. 이 글에는 조주빈으로부터 피해를 당한 피해자의 진술 및 피해사실 등이 담겨 있다.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로 볼 수 있는 내용이다.
법무부에 따르면 조씨의 아버지가 조씨의 옥중 서신, 재판관계 서류 등을 받아 블로그에 게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조씨의 태도는 지금과 달랐다. 그는 1심 결심 공판에서 “반성의 길을 걷겠다”고 말하며 공판이 진행되는 동안 100통이 넘는 반성문을 써냈다. 2심 이후에도 “절실히 뉘우치며 법적인 의무를 떠나 피해를 갚아가길 게을리하지 않을 것”이라는 내용의 반성문을 취재진에게 공개하기도 했다.
성범죄 양형 감경 요소에는 ‘진정한 반성’이 들어가 있다. 조씨가 지금까지 머리를 숙이며 반성하는 행동을 보인 것은 양형에서 감경을 받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나온다.
‘진정한 반성’이라는 양형 감경 요소는 꾸준히 논란이 돼왔다. 가해자의 반성을 판단하는 주체는 법원이다. 재판 전 피의자들은 법원에 반성문을 무더기로 제출하고 언론에 공개하기도 한다.
이들의 반성문이 제출되는 동안 오히려 피해자의 목소리는 설 자리를 잃곤 한다. n번방 사건의 피해자들은 조씨의 반성문을 보고 “헛웃음이 난다”는 반응을 보였다. 2심 결심 공판에서는 “피해자들은 여전히 사건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며 형량을 낮추지 말아달라는 입장을 전달했으나, 재판부는 결국 조씨의 형량을 45년에서 42년으로 감경했다.
피해자가 아닌, 법원을 상대로 한 반성은 여러 기행을 야기하고 있다. 대필업체를 통해 수십 장의 반성문을 제출하거나, 범죄 이후 성폭력 상담소와 여성단체들에 후원을 하면서 눈속임으로 반성을 증명하려는 사례가 등장하고 있다.
이처럼 악의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 ‘반성’ 감경 요소는 더 신중하게 판단돼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반성은 죄를 뉘우치는 행위다. 이를 받아들이는 주체는 법원이 아닌, 피해자가 돼야 한다. 법원 및 국회는 피해자의 목소리를 더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재판은 피의자의 억울함을 풀어줄 의무도 있지만, 동시에 피해자의 억울함을 가중시켜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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