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가량 ‘FAANG’이란 이름으로 우량 성장주 집단으로 대접받았던 미국 뉴욕증시의 5대 기술기업이 이제는 각자의 길을 가는 모양새다. FAANG은 메타의 옛 이름인 페이스북 애플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알파벳 자회사)의 머리글자를 따 만든 용어다.
미 중앙은행(Fed)의 기준금리 인상 예고 등으로 나스닥지수가 올 들어 10% 가까이 떨어진 와중에도 애플 아마존 알파벳 등 ‘트리플A’(기업명이 A로 시작하는 세 종목)는 선방한 반면 메타 넷플릭스 주가는 맥을 추지 못했다. 월스트리트에서는 “FAANG을 지수(인덱스)처럼 한 묶음으로 사던 시대는 끝났다”며 FAANG의 붕괴를 예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올 들어 나스닥지수가 9.88% 하락하는 동안 메타 주가는 29.51% 급락했다. 부진한 실적을 공개하면서 지난 3일 하루에만 시가총액이 2513억달러가량 증발했다. 뉴욕증시 역사상 한 기업의 하루 시총 감소액으로는 최대였다. 호실적을 발표한 아마존 주가는 다음날인 4일 14%가량 뛰며 하루 시총 증가액(1910억달러)으로는 최대 기록을 썼다. 최근 액면분할 계획을 발표한 알파벳 주가는 올 들어 1.07% 떨어지며 FAANG 중 가장 뛰어난 방어력을 보였다. 같은 기간 애플 주가의 하락률도 2.91%에 그쳤다. 이에 비해 넷플릭스 주가는 가입자 증가세 둔화 여파로 31.91% 떨어졌다.
WSJ는 “FAANG의 주가가 동반 상승하며 투자자를 끌어모으던 시절은 끝났다”며 “넷플릭스를 우량 빅테크 대열에서 빼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반다리서치에 따르면 최근 개인투자자 사이에서 테슬라 AMD 엔비디아의 선호도가 FAANG을 앞지르고 있다. 다른 기술주 투자를 추가하는 게 FAANG 묶음투자보다 성과도 우수했다. 일례로 FAANG과 MS 6개 종목을 시장가치에 비례해 포트폴리오에 담았을 경우 올 들어 손실률은 8.1%로 같은 기간 나스닥지수 하락률보다 낮았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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