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바이오 기술 흐름 제대로 못읽는 정부

입력 2022-02-07 17:12   수정 2022-02-07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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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6일 산업통상자원부 주관으로 공청회가 열렸다. 세포·유전자 치료제 제조 경쟁력 강화 사업 추진을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 정부 예산 6719억원을 치료제 제조 역량과 원료 생산 기반 확보에 투입하는 사업이다. 작년 예비타당성조사(예타) 심사에서 퇴짜를 맞은 까닭에 ‘재수’에 성공해도 2년 뒤인 2024년에나 사업이 시작된다.

업계에선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해외에선 벌써 세포·유전자 치료제 개발 경쟁이 치열한데 이런 흐름을 정부가 놓치고 있어서다. 올해 초 열린 세계 최대 바이오투자 행사 ‘JP모간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 이런 분위기가 확인됐다. 화이자는 메신저 리보핵산(mRNA) 기술을 항암에 적용하겠다고 했고 노바티스는 세포·유전자 치료제 비중을 늘리겠다며 목표치까지 제시했다. 내연기관차에서 수소·전기차로 자동차 산업 패러다임이 변하는 것에 견줄 만한 거대한 변화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JP모간 행사는 이런 변화가 더 이상 미래의 일이 아니라는 점을 확인해줬다.

자칫 미래 먹거리를 놓칠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 관계자는 “글로벌 기업들의 공격적인 세포·유전자 치료제 개발은 수년 후 상업 생산 수요가 물밀듯 밀려든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했다. 수년 뒤에 판매 승인을 받는 세포·유전자 치료제가 속속 나오면 대량 생산 수요가 급증할 것이 자명하다는 분석이다. 이미 미국에서는 2020년 승인된 바이오 의약품 임상의 32%가 세포·유전자 치료제다.

시장 조사기관 루츠 어낼러시스는 2030년까지 임상용 세포치료제 제조 시장 연평균 성장률이 5.2%에 그치지만 상업용 시장은 33%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4년 후면 상업용이 임상용 시장을 추월할 것으로 봤다. 정부가 2년 뒤 제조 경쟁력 확보에 나서겠다는 것은 대놓고 후발주자가 되겠다는 얘기나 다름없다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예산 투입이 2년이나 지체된 것이 부처 간 예산 따먹기 경쟁의 결과로 보이는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 예타 심사를 맡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은 사업을 추진하는 산업부에 ‘제조 역량 강화 사업이 치료제 개발 사업과 중복된다’는 의견을 냈다고 한다. 과기정통부가 주도하는 첨단재생의료사업과 겹친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세포·유전자 치료제는 개발 못지않게 제조 난도가 높다. 개발과 제조를 분리해 생각하기 어렵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꿈의 항암제’로 불리는 최초의 키메라항원 수용체 T세포(CAR-T) 치료제 ‘킴리아’ 약값이 5억원에 이르는 것도 결국 제조 공정의 어려움 탓이 크다.

제약·바이오 산업 패러다임 변화는 제조 강국인 한국이 역전극을 쓸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부처 밥그릇 싸움에 놓치기에는 손실 비용이 너무 큰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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