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이 고도화되면서 임금 수준이 높아지는 것은 우리 경제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문제는 생산성 향상을 동반하느냐다. 노동생산성과 따로 노는 고임금은 경쟁력 저하로 이어지고, 지속가능하지도 않다. 한국생산성본부의 ‘2021년 노동생산성 국제비교’를 보면 한국은 OECD 37개 회원국 중 30위로 하위권이다. 2009~2019년 사이에 29~32위를 오르내렸을 뿐이다. 한국 노동생산성이 2015~2020년 9.8% 증가한 반면, 이 기간에 시간당 평균 임금은 25.6%나 올랐다는 분석도 있다. 지난해 발표된 한국경제연구원 보고서도 같은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노동시장의 유연성 부족’이 원인이라고 적시했다. 자동차 등 특정 산업과 간판급 기업 임금 국제비교를 돌아봐도 흐름은 다르지 않다.
산업별 임금 격차가 심하다는 대목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금융·보험업을 필두로 전문·과학·기술 서비스업, 정보통신업, 건설업 임금은 EU·일본보다 많이 높다. 최저임금은 획일적으로 과도하게 올린 것부터가 문제였지만, 업종별 차등화 정도는 양극화 해소 차원에서도 더 미룰 수가 없게 됐다. 이들 업종의 임금 수준이 유별나게 높은 것에 대해 경총은 “연공형 임금체제와 강력한 노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전적으로 동의할 만한 지적이다. 성급히 올린 최저임금 등 정부발(發) 거품요인이 여기에 가세한 것이다.
이런데도 대선판에는 생산성을 끌어올리자는 담론은 안 보인다. 성급한 ‘주 4일 근무제’ 같은 공약이 또 하나의 사탕발림처럼 나왔을 뿐이다. 5개 경제단체가 공동성명까지 내면서 대책을 호소해온 주 52시간 근무제 보완도 반짝 이슈가 됐다가 뒤로 밀리고 말았다. 임금문제에 관한 한 차기 정부는 냉철하게 해법을 모색하고, 노사관계에서도 객관적 심판 역할에 주력해야 한다. 노정(勞政)연대를 방불케 한 현 정부처럼은 곤란하다. ‘1987년 체제’ 이후 매년 두 자릿수 임금상승률이 1997년 경제위기로 이어졌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임금은 생산성의 함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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