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지수펀드(ETF)를 발행한 자산운용사나 벤치마크지수를 개발한 지수사업자들은 리밸런싱으로 인한 영향을 줄일 방안을 내놓는 등 눈치를 살피고 있다. 2차전지 ETF들은 포트폴리오 비중 조정(리밸런싱)을 위한 매매를 시작했다.
9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국내 2차전지 관련 ETF들은 전일부터 리밸런싱을 시작했다. 이로인해 LG에너지솔루션에 유입될 자금 규모는 약 3500억원으로 추산된다. 이 자금은 현재 ETF 포트폴리오에 담긴 LG화학 종목을 팔아서 마련해야 한다. 결국 LG화학이 편출된 비중 만큼 그대로 LG에너지솔루션이 편입되는 격이다.
종목별로 살펴보면 삼성자산운용의 'KODEX 2차전지산업' ETF은 LG에너지솔루션의 편입 상한이 20%다. 8일 종가 기준 ETF의 시총이 1조11430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2286억원어치를 사들일 수 있는 셈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2차전지테마' ETF는 최대 10%까지 자금을 편입할 수 있다. 전일 종가 기준 시총으로 계산하면 1231억원 수준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이미 전일 TIGER 2차전지테마 ETF의 리밸런싱을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 ETF 매니저들은 벤치마크 지수 편입일 하루 전부터 리밸런싱을 위한 매매를 할 수 있다. 새로운 종목이 지수에 편입되는 방법 때문이다. 편입일 직전 거래일 종가를 기준으로 시초가부터 적용되기에, 편입일부터 매매해 리밸런싱을 진행하게 되면 추종 오차라가 더 크게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지수 방법론에 따르면 지수 수시 변경(특별 변경)과 관련해선 신규 종목의 상장일을 비롯해 7영업일 이후부터 편입이 가능하다고 규정됐다.
10거래일에 걸쳐 KODEX 2차전지 산업 ETF의 리밸런싱을 위한 매매를 할 계획인 삼성자산운용도 전일 매매를 개시했다. 다만 KODEX 2차전지 산업 ETF의 리밸런싱은 10거래일에 걸쳐 진행될 예정이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삼성자산운용이 KODEX 2차전지산업 ETF와 관련해 LG에너지솔루션을 8일 장 마감 단일가 매매 때 300억원가량 매수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이런 움직임을 미뤄볼 때 10거래일간 날마다 10%씩 매수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영 기간을 10거래일로 늘린 건 최근 패시브 자금을 둘러싼 우려를 의식한 조치로 풀이된다.
시장에서는 이러한 펀드들에 대한 비판이 일고 있다. 벤치마크 수익률을 맞춰야 하다보니 자금이 기계적으로 LG에너지솔루션을 매수하는 동시에 다른 대형 우량 종목을 매도하는 '수급 교란'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한편 2차전지 관련 ETF의 비중 조정이 마무리돼도 한동안 LG에너지솔루션으로 인한 증시의 수급 교란은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KODEX 2차전지산업' ETF의 리밸런싱이 진행되고 있을 이달 14일에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지수 조기 편입까지 예정됐기 때문이다. 다음 달 11일에는 코스피200 지수에, 4월 29일에는 솔랙티브(Solactive) 글로벌 리튬 지수에 각각 편입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투자자 매매 동향을 보면 LG에너지솔루션은 유가증권시장에 들어온 뒤 기관 수급을 빠르게 흡수해 왔다. 상장일인 지난달 27일부터 전일까지 기관은 LG에너지솔루션을 3조7400억원 어치 쓸어담았다. 이 가운데 국민연금을 비롯한 주요 연기금이 포함된 '연기금 등'의 매수 금액만 2조4939억원에 달한다.
문제는 펀드들이 기존 포트폴리오에 담겨 있던 우량 종목을 팔아 자금을 마련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관들의 매도세에 개인투자자들이 보유한 우량주마저 주가를 흔드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실제 지난달 27일부터 전일까지 연기금 등의 매도 상위 종목들은 삼성전자(2822억원), 삼성SDI(1410억원), SK하이닉스(660억원), LG화학(508억원), 기아(412억원), KB금융(322억원), 현대차(274억원) 등 유가증권시장 시총 상위의 우량주로만 구성돼 있다.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선 연기금 자금을 운용하는 기관(자산운용사)을 향한 원성이 높아지고 있다. 포털 사이트 LG에너지솔루션 종목토론방에는 "연기금 놀이터에서 개미들만 죽어나간다" , "기관들이 주가 조작하고 있는 게 아니냐", "기관 담합 대단하다" 등 격앙된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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