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한 달 만에 핵심 경영진 8명이 주식을 단체 매각해 ‘도덕적 해이’ 논란을 일으킨 카카오페이가 8일 거듭 고개를 숙였다. 이날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는 신원근 차기 대표 내정자(전략총괄 부사장)를 비롯해 사표가 반려된 부사장급 임원 5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카카오페이 주식을 다시 사들이겠다고 약속했다. 신 내정자는 “대표 임기(2년) 동안 보유 주식을 매도하지 않겠다”며 “임직원·이용자·투자자의 신뢰 회복 방안을 논의할 협의체를 구성하고, 도출한 방안을 확실하게 실천하겠다”고 했다. 카카오를 떠나기로 한 류영준 현 대표는 이날 불참했다. 류 대표가 남은 스톡옵션(48만2030주)을 어떻게 처리할지는 결정되지 않았다.
카카오페이의 지난해 성적표를 보면 매출과 손실이 동시에 급증한 점이 눈에 띈다. 연결 기준 매출은 4586억원으로 전년(2843억원) 대비 61.3% 증가했다. 영업손실은 272억원으로 1년 전(179억원)보다 52.0% 늘었다. 스톡옵션 보상과 기업공개(IPO) 과정에서 쓴 일회성 비용이 371억원에 달한 영향이 컸다. 이들 비용은 상장 직후인 작년 11~12월 집중적으로 발생했는데, 이게 없었다면 연간 99억원 영업이익을 낼 수 있었다. 신 내정자는 “회사의 성장성과 펀더멘털은 바뀌지 않았다”며 “수익 실현은 올해 가시화할 전망”이라고 했다.
핀테크 플랫폼의 생존 조건인 거래 증가세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카카오페이의 지난해 거래액은 99조원을 기록했다. 2019년 48조원, 2020년 67조원에 이어 증가세가 가팔라 올해 100조원을 돌파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4분기 기준 월간 접속자는 2150만 명으로 1년 새 19% 늘었다. 이용자의 활동성을 보여주는 지표인 1인당 연간 거래 횟수는 94.7건으로 55% 급증했다.
카카오페이는 ‘백 투 더 베이직(기본으로 돌아가자)’을 올해 핵심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신 내정자는 “초심으로 돌아가 사업 기틀을 견고히 다지는 데 주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사전예약 신청자에게만 공개해온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시범 서비스를 다음주 모든 이용자로 확대한다. 3월에는 해외주식 소수점 매매를 포함한 정식 서비스를 출시한다. 카카오페이 2대 주주인 알리페이와도 협력해 일본, 마카오 등 해외 결제망도 확충할 계획이다. 신 내정자는 “MTS, 마이데이터, 보험사 출범 등을 통해 성장 잠재력을 성과로 연결하는 원년이 될 것”이라고 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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