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과도한 투자가 민간의 활력을 저해할 수 있어 민간과 정부가 해야 할 일을 구분할 필요가 있습니다.”(윤경수 가천대 경제학과 교수)
한국경제신문과 싱크탱크 FROM100이 공동으로 진행한 대선 공약 검증 평가에서 검증위원들은 여야 후보들이 제시한 디지털 전환과 미래 산업 육성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정부의 대규모 투자가 낳을 수 있는 부작용을 우려했다. 검증위원들은 민간 영역의 경쟁을 촉진시키고 혁신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산업·성장 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모종린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는 이 후보의 ‘벤처투자 10조원’ 공약을 언급하며 “단기적으로 창업 지원을 늘리면 사업 능력 없는 기업을 양산할 우려가 있다”며 “창업 보육 시스템을 보완한 후 지원을 추진하는 게 합리적일 것 같다”고 말했다. 모 교수는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디지털 경제 패권국가’ 슬로건에 대해 “방향성에는 동의하지만 패권국가라는 단어가 신경제, 상생경제 시대에 맞는 용어인지 고민해야 한다”며 “보편적 가치에 부합하는 새로운 글로벌 스탠더드에 투자하겠다고 말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5개의 초격차 과학기술을 확보해 5개의 삼성전자급 기업을 보유하겠다’는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555공약’에 대해서도 윤 교수는 “정부가 투자한다고 해서 삼성전자급 기업이 만들어질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공약한 재생에너지산업 투자 등 ‘그린노믹스’에 대해선 “공익성이 있어 정부의 역할이 필요하다”(김 교수)는 평가가 나왔다.
이준기 연세대 정보대학원 교수는 “윤 후보 공약 중 대표적인 80개의 규제를 집어내 원점에서 검토한다는 점이 눈에 띈다”며 “다만 규제를 악으로 보고 무조건 없애는 게 아니라 어떤 식으로 이해 충돌 문제를 해결하고 균형점을 찾아갈지 구체적인 방법론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후보 공약 중에선 국가 연구개발(R&D) 방식을 전면 개편하겠다는 약속이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 김 교수는 “현재 국가 R&D는 관료적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 전면 개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교수도 “R&D 컨트롤타워가 없다 보니 파편화된 정책, 중복 수혜 문제가 큰데, 윤 후보 공약이 눈에 띄었다”고 말했다.
고은이/김소현 기자
■ 한경·FROM100 대선공약 검증위원
이준기 연세대 정보대학원 교수
김성환 아주대 경제학과 교수
윤경수 가천대 경제학과 교수
모종린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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