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도권 아파트값이 2년6개월 만에 하락 전환하는 등 지난해 말부터 전국 주택 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이 모두 약보합세를 보이고 있다. 다음달 대선 이후 등장할 차기 정부가 내놓을 새 부동산 정책이 나올 때까지 시장 상황을 살피는 관망세도 확산하는 분위기다. 반면 분양시장에 대한 기대는 높은 편이다. 3월을 전후해 수도권을 중심으로 봄 분양이 본격화하고 청약 열기도 재점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보다 분양 예정 물량이 많은 데다 올해 상반기부터 사전청약이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지금이 청약을 통해 내 집을 마련할 적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금리 인상 기조와 대출규제 강화에 맞춰 자금조달 계획을 꼼꼼히 짠 뒤 청약을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나 계약갱신청구권 등 임대차보호 3법 등도 주요 변수로 꼽혔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공공재개발이나 용적률 상향,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등 정비사업에 대한 새 정부의 정책 방향과 변화 가능성이 시장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오는 7월 임대차 계약 2년차 갱신 종료를 앞두고 이중가격에 노출되는 신규 임대차가 발생하면서 이르면 5월부터 임대시장 내 가격 불안이 가중될 수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봄 분양을 앞두고 내 집 마련 전략으로 청약시장을 적극 공략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분양가 상한제 적용, 민간 사전 청약 실시 등 지속적으로 수요자를 끌어들이는 동인이 있어 주택 매매시장보다는 상황이 더 나을 것이란 분석이다. 이은형 연구원은 “건설사들이 목표치를 10% 이상 상향해 잡은 것은 분양시장이 당분간 좋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여야 대선주자들도 주택 공급 공약을 내놓은 만큼 대선 이후에도 공급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분양가 상한제 등으로 새 아파트 가격이 상대적으로 낮은 데다 분양대금도 3년 뒤 입주할 때까지 나눠서 내기 때문에 아파트 청약은 매력적인 요소가 많다”며 “대출규제 속에서도 경쟁률이 높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지역별 차별화 현상이 본격화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함영진 랩장은 “이미 공급이 많거나 상대적으로 매매가가 고점인 지역은 위축되고 대기 수요가 많거나 가격이 주변 지역에 비해 저점인 곳은 경쟁률이 높아지는 등 분양시장 양극화가 그 어느 때보다 심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청약시장에서 ‘상환 능력을 고려한 자금조달 계획’을 생각해야 한다고 답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본부장은 “분양가 9억원 이상 신규 아파트는 자금조달이 까다로워질 수 있다”며 “적어도 분양대금을 어느 정도 준비해 놓고 상환능력을 고려해 청약계획을 세워야 분양 이후 ‘줍줍’(무순위 청약)이 나오더라도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은형 연구원은 “청약시장 내 우발적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자금조달 계획을 면밀히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가점제보다 추첨제를 노리는 것도 한 방법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권일 리서치본부장은 “청약시장에서 당첨 여부를 결정하는 요인은 가점인데 이건 단기간에 빨리 끌어올릴 수 없다”며 “결국 추첨제 물량을 어떻게 공략할 것인지에 대한 판단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사전청약을 적극 노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함영진 랩장은 “3만2000가구가 나온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상반기부터 연간 총 7만 가구의 사전청약 물량이 나온다”며 “여유자금이 부족한 대신 가점이 높거나 특별공급 자격이 된다면 사전청약을 집중적으로 공략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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