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납품업체에 판촉비용 떠넘긴 홈플러스에 과징금 24억1600만원

입력 2022-02-09 12:00   수정 2022-02-09 12:22

공정거래위원회는 홈플러스가 납품업체에 판매촉진비용(판촉비용)을 부당하게 전가했다며 홈플러스에 시정명령을 내리고 과징금 24억1600만원을 9일 부과했다. 공정위는 특히 납품단가를 후려치는 방식으로 판매촉진비용을 겉으로 드러나지 않게 전가하는 유통업계의 거래 관행을 제재했다는 데 이번 사건의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는 2017년 1월부터 2020년 1월까지 오뚜기, 유한킴벌리 등 45개 납품업자에 약 17억원의 판촉비용을 부당하게 전가해 대규모유통업법 제11조 제1항과 제2항을 위반했다. 판촉비용을 납품업자와 나눠 낸 것 자체가 불법은 아니다. 대규모유통업법에 따르면 대규모 유통업자는 판촉행사를 하는 경우 납품업자의 비용 부담이 50%를 넘지 않는 선에서 판촉비용을 분담할 수 있다.

문제는 홈플러스가 사전에 약정하지 않고 은밀한 방법으로 판촉비용을 전가했다는 점이다. 대규모유통업법 제11조에 따르면 대규모 유통업자는 판촉행사를 실시하기 전에 판촉행사에 소요되는 비용 부담 등을 납품업자와 사전에 약정해야 한다.

하지만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는 'N+1' 등과 같은 가격할인 행사를 연중 시행하면서 납품업자와의 사전 약정 없이 판촉행사에 따른 판촉비용의 일부 또는 전부를 납품단가를 인하하는 방식으로 납품업자에 전가했다고 공정위는 지적했다.

예를 들어 소비자 판매가격을 2000원에서 1500원으로 인하하는 판촉행사를 하면 판촉비용은 500원(2000원-1500원)이다. 이때 대형 유통업자가 기존에 1000원이던 납품단가를 700원으로 깎으면 결과적으로 500원의 판촉비용 가운데 300원(1000원-700원)을 대형 유통업체가 납품업체에 전가하는 셈이 된다.

공정위는 홈플러스가 사용한 이 같은 방식의 판촉비용 전가 행위가 통상적인 협상에 따른 납품단가 결정과 외형적으로는 잘 구분되지 않아 적발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대형 유통업체가 대량으로 납품받겠으니 납품단가를 인하해달라는 방식의 납품단가 인하 협상은 평상시에도 흔히 일어나기 때문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홈플러스가 판촉비용 전가와 평상시 협상에 따른 납품단가 결정을 외부에선 구분하기 어려운 허점을 악용했다"며 "이번 조치는 유통업계에서 은밀하게 행해지던 납품단가 인하를 통한 판촉비용 떠넘기기를 적발한 데 의의가 있으며 향후 유통업계 거래관행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한편 공정위는 홈플러스 익스프레스가 납품업자와 계약을 체결한 이후 86건에 대해 계약서면을 지연 교부해 대규모유통업법 제6조 제1항 및 제2항도 위반했다고 밝혔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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