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엔솔, 아쉬운 실적에도 증권가 전망은 '장밋빛'

입력 2022-02-09 12:18   수정 2022-02-10 09:29

LG에너지솔루션이 시장 추정치(컨센서스)를 밑도는 실적을 내놨지만 증권가는 오히려 기대감을 키우는 모습이다. 당장의 실적 부진보다는 미국 공장 가동이 본격 가동되는 2023년 이후에 주목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단기 모멘텀보단 중장기적 관점에서 주가 상승 가능성이 더 높다는 진단이 힘을 얻고 있다.

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전일 작년 4분기 매출액이 4조4394억원으로 전년 대비 1.9%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이 기간 영업이익은 757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3728억원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선 것이다. 당기순이익도 718억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매출은 시장 예상치보다 3.49% 높게 나왔지만, 영업이익은 예상치 대비 58.16% 밑돌았다. 완성차업체 고객사들의 반도체칩 부족으로 2차전지 생산이 부진하면서 매출액 증가율이 낮았다는 게 금융투자 업계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여기에 원재료 가격과 물류비가 올라간 데다 일회성 리콜 비용이 반영돼 전체적으로 수익성이 줄어들었다.

다만 증권가는 LG에너지솔루션을 두고 중장기적으로 볼 때 여전히 매수 대응이 유효하다고 조언한다. 북미 전기차 시장에서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고 있는 점이 투자포인트다. 회사는 제너럴모터스(GM)와 스텔란티스 등과 손 잡고 합작 공장을 설립, 2023년부터 순차적으로 가동할 방침이다. 올해 전기차 배터리 생산능력 확대를 위해 올해 시설 투자에 6조30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인데, 작년 총 투자액인 4조원보다도 58% 증가한 수치다.

해마다 원통형 전지의 가치가 높아질 것이란 의견도 많다. 특히 LG에너지솔루션은 상장을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추가 증설을 하거나 신규·공정 기술에 투자할 여력도 생긴 만큼 테슬라와의 파트너십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원통형 전지는 예상보다 출하량이 증가했다. 작년 40기가와트(GW)에서 올해 60GW, 2023년 80GW까지 생산능력(CAPA)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되며 이익 성장을 이끌 전망"이라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테슬라가 연중 4680 원통형 전지를 탑재한 '모델Y'를 양산할 계획인 만큼 회사의 원통형 전지 증설 속도도 예상보다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적정 목표가로는 60만원선이 제시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상장 직전까지 제시된 리포트 7개의 목표가는 최저 39만원에서 최고 64만원까지 그 괴리율이 64% 수준이었지만 상장 이후부턴 60만원대에서 목표주가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다. 125조원 안팎의 현 시가총액이 적어도 140조원까지는 상승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다만 상장 초기인 만큼 당분간은 수급에 의해 단기 주가 변동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 전일부터는 국내 2차전지 관련 ETF들이 리밸런싱을 시작해 주가가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자산운용은 'KODEX 2차전지 산업' ETF 리밸런싱을 위해 앞으로 10거래일 동안 매일 약 300억원씩 LG에너지솔루션을 매수할 것으로 보인다. 리밸런싱이 진행되고 있을 이달 14일에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지수 조기 편입도 예정돼 있어 주가가 일시적으로 상승 탄력을 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

자산운용사 한 관계자는 "LG에너지솔루션을 담으려는 패시브 자금이 2조원대 수준이나 가능한 시장 충격을 줄이는 방향으로 수급이 유입되고 있다"며 "삼성자산운용만으론 상승 모멘텀을 가져오기 힘들지만 MSCI 지수 편입을 즈음해 상장 이후 2차 상승 모멘텀이 올 가능성이 높아보인다"고 밝혔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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