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을 하는 이유요? 좋은 인재를 얻고 싶어서죠. 이름 들어본 적 없는 '듣보잡' 회사보단 상장 회사가 신뢰할 수 있으니까요"
지난해부터 무수히 많은 회사들이 기업공개(IPO) 시장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제조업·IT·바이오·플랫폼 등 업종을 가리지 않은 다양한 기업들이 상장에 도전했는데요. 이들 회사 대표님들에게 상장 목적을 물어보면 열에 여덟은 '인재 확보'를 꼽았습니다.
취업이 힘들고, 좋은 직장 구하기 어려운 요즘 같은 시기에 인재 확보가 어렵다니. 얼핏 듣기엔 그다지 와닿지 않는 이유가 아닌가 싶은데 막상 얘기를 들어보면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최근 입사하는 대부분의 MZ세대들은 이전 세대와 사뭇 다른 취업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198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초반 사이 태어난 MZ세대는 높은 연봉, 안정적인 직장이라고 무조건 선호하지 않습니다. 그들에게 좋은 직장은 출퇴근이 편하고, 연봉도 적당하고, 일이 재미있으며, 향후 성장 가능성이 높은 곳입니다. 아무리 연봉이 높아도 업무가 힘들거나 일상생활과의 균형이 깨질만큼 일을 해야한다면 주저없이 박차고 나가는 경우가 많은 거죠.
그런 MZ세대들은 인터넷에 검색해서 나오는 정보가 적은 회사에는 지원을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 회사가 얼마나 탄탄한지, 미래가치가 높은지 등은 회사를 다니기 전엔 알 수가 없기 때문이죠. 그래서 대표님들은 상장을 준비하며 나오는 회사에 대한 정보를 담은 증권신고서와 회사 소개 자료들과 기사들이 이들에게 좋은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A사 대표님은 "뭐라도 찾아서 나와야 이 회사가 나랑 맞는 회사인지 아닌지 확인할 수 있는데 그것조차 없는 회사는 아예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면서 "이들을 설득하는데에는 상장사라는 '네임밸류'가 필수적이라 상장 계획을 앞당기게 됐다"고 전했습니다. 지난해 상장한 B사 대표님도 "사실 우리 회사 매출이 내년, 내후년이면 더 올라가고 그때 상장하면 2~3배 더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면서도 "좋은 인재를 더 많이 뽑아 회사 사업을 확장하는게 더 중요한 일이라고 판단해 지금 상장을 결정하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상장을 통해 확보된 자금을 우수 인재에게 쓰겠다는 회사도 많았습니다. 그동안은 회사 성장에 급급하다보니 충분한 연봉체계를 갖추지 못했지만, 상장으로 여유자금이 확보되니 이를 토대로 업계 순위권에 드는 연봉체계도 갖추겠다는 겁니다. C사 대표님은 "상장 전에도 놓치고 싶지 않은 인력들은 스톡옵션 등을 제시했지만, 스톡옵션은 상장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라 의미가 크지 않았다"면서 "이런 이유 때문에 우수한 연구원을 회사 직속 연구소로 끌어들이지 못한 적이 여러번 있었다"고 했습니다.
회사 복지 향상에 공모 자금을 쓰겠다는 회사도 있었습니다. D사는 이미 사내에 대기업 수준의 사내식당과 항시 대기 중인 마사지사, 수면실과 헬스시설 등을 갖추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상장 후 꾸준히 사내 복지에 비용을 지불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D사 대표님은 "IT 인재들에게 사내 복지는 기본 옵션"이라면서 "더 좋은 인재를 우리 회사에 끌어오려면 다른 회사보다 좋은 복지와 사내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우수 인재 확보를 위해 출퇴근이 편한 지역으로 회사를 이전하거나 신규 사옥을 세우는 곳도 많습니다. 공모 자금으로 회사 확장 이전을 준비하는 E사는 가장 중요한 조건으로 '역세권'을 꼽았습니다. E사 대표는 "역세권이 아닌 곳에 공장과 연구소를 세우면 직원들이 몇개월만에 퇴사를 한다"면서 "비용이 더 들어도 직원들의 편의를 위해 역세권 사옥을 짓는게 장기적으로 이익이 된다"고 말했습니다. D사도 본사는 경기도에 있지만 고급 인력인 연구원들을 위한 연구소는 서울 양재에 따로 설립했습니다.
실제로 상장 후 인재 확보가 더 쉬워질까요. 지난해 상장 목적을 '인재 확보'라고 말했던 회사들에 다시 물어보니 이전보다 지원자가 늘어났다고 합니다. 다만 그만큼 회사의 리스크에 대해서도 잘 파악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그게 또 나쁘진 않다고 합니다. 좋은 인재 찾기는 회사 성장을 위해 꾸준히 필요한 일인 것 같습니다.
윤아영 기자 youngmone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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