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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작가는 작품의 초점을 인물에 맞춘다. 소설 속 인물들은 대체로 예기치 않은 사건·사고로 가까운 누군가를 여의거나 곤경에 빠지는데, 작가는 그런 인물들의 내면을 세밀하게 그린다. 이면에 드리운 상처와 나약함, 상황에 따른 순간순간의 선택과 그로 인한 감정의 요동이 잘 드러나고, 이를 통해 독자도 ‘나라면 어땠을까’ 하고 생각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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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록작 ‘해원’은 배우자를 여의고 홀로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이야기를, ‘이해 없이 당분간’은 애인과 이별한 ‘나’가 애인과 자주 이용했던 시내버스에 탔을 때 버스 기사가 까닭 모를 울음을 터뜨리는 이야기를 그렸다. 이를 통해 작가는 타인에게서 받은 위로란 어떤 목적이나 의도 없이 다만 뜻밖의 상황에서 ‘스치듯 전해지는 것’이란 메시지를 전한다.
인물의 비밀을 한 겹씩 풀어내는 추리소설적 기법은 책의 흡입력을 더한다. 이는 화자의 시점에서 풀어내는 이야기가 진행 중일 때, 모든 전말이 다 드러났을 때 다르게 읽히도록 하면서 독자의 선입견을 끊임없이 건드린다. 수록작 ‘목견’에서는 아파트 경비원으로 일하던 아버지가 억울하게 도둑으로 몰려 목숨을 끊은 데 대한 상처를 토로하는 마트 물류 직원이 사실은 현재 모종의 사건을 일으켜 사측의 조사를 받는 중이었음이 드러난다. ‘미래의 내가 과거의 나를’에서는 투자에 실패한 후 주차장 관리원으로 밀려난 노인이 어떤 사건의 용의자로 의심받을 만한 사람이었음이 드러난다.
2014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한 임 작가는 2017년과 2018년 젊은작가상을 연이어 받으며 문단에서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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