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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진은 LG에너지솔루션을 잡기 위해 지난해 가을부터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LG에너지솔루션이 미국 중국 폴란드 등 세계 10곳에 자회사를 둔 글로벌 기업이자 성장기업으로서 상징성이 크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홍 대표를 비롯한 모든 파트너가 참여하고 LG그룹 담당팀을 중심으로 태스크포스(TF)팀을 꾸렸다.
TF팀은 제안서를 여러 종류 버전으로 만들고 프레젠테이션을 이에 맞춰 수십 번 연습했다. 전 임직원은 LG그룹과 인연이 있다면 전화기를 붙잡고 도움이 될 만한 정보를 긁어모아 TF팀과 공유했다.
이런 노력 끝에 물적분할 이전부터 LG화학 감사를 맡아 유리한 고지를 점한 삼일을 제쳤다. 회계업계 관계자는 “LG에너지솔루션 감사위원회가 회계법인 파트너와 팀원의 실적, 산업 분야 전문성을 비롯해 회계법인의 최근 3년간 재무제표 재작성 비율, 감리 지적 비율 등을 꼼꼼하게 살핀 것으로 안다”며 “안진의 우선협상자 선정엔 절실함이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개혁을 시도하는 중에 삼성전자의 감사인으로 지정되는 운도 따랐다. 2018년 도입된 금융당국의 주기적 감사인 지정으로 40여년간 삼일이 맡아온 삼성전자 감사인 자리를 안진이 차지한 것이다. 감사인 지정제도는 회계법인과 기업의 유착을 막기 위해 도입됐는데 안진이 뜻밖에 수혜를 봤다.
안진은 삼성전자 감사에 개혁된 시스템을 적용하고 총력을 기울였다. 감사 수행 능력에 대한 의구심을 불식하기 위해 전년 회계법인보다 30%가량 많은 175명의 회계사를 투입하고, 최대 44명이 3개월 가까이 삼성전자에 살다시피 했다. 해외 자회사 업무는 제휴사인 딜로이트의 전폭적 지원도 이끌어냈다. 이런 변신이 전해지자 기업들도 안진을 다시 찾았다. 안진의 회계감사 매출은 2018년 767억원에서 지난해 1206억원으로 뛰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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