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상 경미하다는데 뭐"…몸 아파도, 확진자 만나고도 출근

입력 2022-02-10 17:31   수정 2022-02-17 15:44

자율방역 시스템의 주체인 개인들이 ‘오미크론 불감증’에 빠지면 코로나19 확산세는 더 빨라지고, 그 결과 방역과 경제가 심대한 타격을 입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우려다. 코로나19 하루 확진자가 5만 명대에 진입하면서 병원을 비롯해 군대 등 사회필수시설과 공장 등 산업시설에는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비상등’이 켜졌다.
‘오미크론=독감’이란 인식
10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전날 전국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5만4122명이다. 하루 확진자 수가 5만 명을 넘어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에도 오후 9시 기준 신규 확진자가 4만9721명으로 집계되는 등 이틀 연속 5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국가수리과학연구소는 하루 확진자가 다음달 최대 36만 명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다만 계속되는 확진자 수 폭증에도 불구하고 위중증 환자는 2주째 200명대에 머물고 있다. 이는 역설적으로 시민들의 오미크론 경각심을 이완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서울 서초구에 사는 직장인 윤모씨(35)는 “이달 들어 지인 중 10명이나 코로나 확진을 받았는데 대부분 ‘무증상이거나 감기 수준의 증상’에 머물렀다고 한다”며 “회사에서도 코로나 확산 초기처럼 긴장하는 분위기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서울 동작구에 사는 김모씨(32)도 “오미크론 변이는 독감 수준의 바이러스 아니냐”며 “주말에 예정된 친구들과의 여행도 취소 없이 가기로 했다”고 했다.

식당·술집 등에서는 방역수칙 위반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4일 부산에서는 방역 지침을 어기고 밤늦게까지 불법영업을 하던 유흥업소 네 곳에서 종업원과 손님 등 80명이 경찰에 적발됐다. 지난 설 연휴 기간 인천에서는 숙박업 신고를 하지 않은 채 해외 입국자 20명을 오피스텔 등 20곳에 숙박시킨 혐의로 6명이 검거되기도 했다.
사회필수시설도 ‘비상’
확진자 수가 폭증한 탓에 보건소와 병원은 인력 부족에 허덕이고, 약국과 편의점에서는 자가진단키트 등이 품귀현상을 빚고 있다. 정부가 3일부터 60세 이상 등 고위험군을 제외한 사람은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받기 전 신속항원검사를 먼저 받도록 방역체계를 바꾼 게 계기가 됐다. 서울 여의도의 한 약국 직원은 “자기진단키트는 입고되자마자 품절되기 일쑤고 타이레놀 등 상비약은 판매량이 두 배가량 늘었다”고 설명했다.

병원·경찰서·소방서·군대 등 사회필수시설의 마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도 나온다. 경기 시흥경찰서에서는 올 들어 총 39명의 누적 확진자가 나왔다. 경남 진주 공군 교육사령부는 현재까지 나온 누적 확진자가 622명에 달한다.
기업들, ‘생산 멈출라’
전문가들은 오미크론 불감증이 야기하는 빠른 확산세가 경제 성장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 기업들은 생산 차질을 우려한다. 지난달 충북 진천의 한 콘크리트 업체에서는 관련 직원 180여 명이 집단으로 감염돼 공장 가동이 중단됐다.

충남 아산의 한 자동차 부품회사에서도 직원과 그 가족 등 23명이 확진판정을 받았다. 부산에서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이모씨는 “규모가 작은 기업에서는 단체로 확진자가 나오면 인력 충원이 어렵기 때문에 공장을 멈출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유동인구 감소로 인한 소비·고용 위축도 우려된다. 주로 대면 소비가 이뤄지는 백화점과 마트를 비롯해 식당 노래방 등의 자영업자들이 큰 타격을 입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글로벌 기관들도 이런 점을 감안해 오미크론 확산이 경제 성장세를 둔화시킬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한국 경제가 3% 성장할 것이라고 지난달 예측했다. 지난해 10월 내놓은 전망치(3.3%)를 하향 조정한 것이다. 오미크론 확산으로 기업들의 생산 타격과 글로벌 공급망 차질이 이어질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양길성/최예린 기자 vertig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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